많은 아티스트가 악뮤(AKMU)를 찾는 비결이 무엇인지 묻자, 팀에서 전반적인 곡 작업과 프로듀싱을 맡은 이찬혁은 동생 이수현에게 공을 돌렸다. 같은 질문에서 '역할 분배'가 매우 잘돼있다고 설명한 이찬혁의 말처럼, 악뮤는 균형이 잘 맞는 팀이다. 재치 있으면서도 가슴 깊이 와닿는 독창적인 가사와 대중을 사로잡은 멜로디로 대표되는 좋은 곡, 그리고 이를 훌륭히 소화해내는 이수현과 이찬혁의 합은 악뮤만이 가진 강점이자 고유함이다.
그동안 발표한 앨범의 두 축이 이찬혁, 이수현이었다면 이번 컬래버레이션 앨범은 여기에 '참여 아티스트'의 몫이 더해졌다. 그래서 세 주체의 이미지와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다는 게 특징이다. 이선희·아이유·자이언티·빈지노·최정훈·크러쉬·샘김 등 '어벤져스'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만한 아티스트가 이름을 올려 발매 전부터 기대를 받은 건 물론이다.
26일 오후 1시, 악뮤의 첫 컬래버레이션 앨범 '넥스트 에피소드'(NEXT EPISODE) 발매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가 방송인 김일중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번 앨범은 1980~1990년대 레트로(복고) 사운드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된 7곡이 포함됐다.
이찬혁은 "이전에는 전곡 작사·작곡 이찬혁, 또는 피처링이나 협업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로 나왔는데 (이번엔) 컬래버레이션 앨범 콘셉트를 확실히 잡아서 많은 아티스트분들과도 그분들의 색깔을 상상하면서 노래 쓰는 작업이 재미있었다. 다양한 보컬을 듣는 재미도 있다. 이전에 시도하지 않았던 레트로한 감성도 녹였다"라고 소개했다.
앨범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메시지는 '초월 자유'다. 이찬혁은 "저희가 초월 자유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그냥 일반적인 쉼이나 육체적인 피로에서 벗어나는 그런 자유가 아니라, 정말 내면의 자유, 내가 밑바닥에 있어도 그것으로부터 영향받지 않는다는 거다. '낙하'랑 이어지는 건데 어떤 외부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것, 그걸 되게 많이 고민하고 곡에 녹으려고 되게 노력했다"라고 전했다.
이번 앨범 '넥스트 에피소드'는 2017년 발매한 '서머 에피소드'(SUMMER EPISODE)와도 연결돼 있다. 이 앨범엔 '다이노소어'(DINOSAUR)가 들어 있다. 이찬혁은 "(그간) 어쿠스틱 사운드로 만들었는데 EDM틱한 노래를 만들자는 게 오랜 꿈이었고, 이젠 보여줄 때가 됐다 싶었다. 다시 그 도전정신을 갖고 만든 앨범이라는 게 첫 번째다. '다이노소어' 때 처음으로 협업했다"라며 "그 피를 잇는 앨범이지 않을까. 그래서 같은 '에피소드'라는 이름을 썼고 로고도 그때 썼던 로고를 썼다"라고 전했다.
타이틀곡은 아이유가 피처링한 '낙하'다. 실은 이 노래로 컬래버레이션 앨범이라는 틀이 시작됐다. 영화 '위대한 쇼맨'을 무척 감명 깊게 본 이수현이 오빠 이찬혁에게 관람을 권했는데, 이찬혁도 '머리를 딩' 하고 맞은 기분이었다고 전했다. 잘 나가다가 하루아침에 다시 밑바닥으로 추락한 주인공에게 '너의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고 한 동료들의 말이 인상적이었다는 설명이다.
이찬혁은 "그 노래가 이 앨범을 대표한다는 생각이 들 때 그 곡을 타이틀로 채택했던 것 같고, 이 곡도 마찬가지다. 대중성을 고민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20대 중반이 된 악뮤의 캐릭터를, 또는 음악적인 부분들을 사람들의 기대에 충족하게끔 보여줄 수 있을까 했다. 듣기 쉬운 노래든 아니든, 그냥 저희는 저희 자체로 탁 보여드리기를 원했고, 이번 곡이 그런 부분에 되게 적합한 곡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낙하'라는 단어가 주는 분위기 자체가 다크할 수 있지만 의도는 너무나 희망적이고 너의 손을 잡고 함께 밑바닥까지 가더라도 그게 너라면 상관없을 거라는, 굉장히 위로가 되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아이유의 녹음 비하인드도 공개됐다. 이찬혁은 "어려운 부분은 생각보다 없었던 것 같다. 워낙 노련하게 잘해주셨다. 수현이와 아이유씨의 보컬 색 자체가 그렇게 다르진 않은데 어떻게 하면 잘 융화가 되면서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했다"라고 밝혔다.
이수현은 이찬혁이 자신에게 하는 것과 달리 아이유에게는 매우 너그러웠다고 폭로해 웃음을 안겼다. 그는 "오빠가 굉장히 누구보다 깐깐하고 디테일한 사람이라서 저는 '낙하'를 한 글자 한 글자씩 (녹음)한 적도 있는데 아이유씨한테는 '좋아요, 좋아요, 좋아요. 너무 좋습니다!' 하면서 페이스북 수준으로 '좋아요'라고 하더라. 전 며칠을 걸린 거 같은데, 살짝 좀 서운하긴 했지만 그만큼 인정할 만한 분이 아닌가"라고 전했다.
이에 이찬혁은 "아이유씨 포함해서 모든 아티스트분들도 그랬는데 이 작업 자체가 힘들지 않았으면 했다. 불러주시는 대로 그분의 해석에 저도 몸을 맡기고 쉽게 쉽게 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넥스트 에피소드'에는 '낙하'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곡이 가득 담겼다. 이선희는 '전쟁터', 자이언티는 '벤치'(BENCH), 빈지노는 '째깍 째깍 째깍', '잔나비 최정훈은 '맞짱', 크러쉬는 '스투피드 러브 송'(Stupid love song), 샘김은 '에버레스트'(EVEREST)를 피처링해 앨범을 빛냈다.
"(저희 음악이) 모두를 바꾼다면 그게 꼭 좋은 것만도 아니겠구나 싶어요. 달라진 세상은 다채로운 세상의 부분들이 어우러져서 아름다운 거라고 깨달았기 때문에, 이제는 저희의 앨범 메시지를 받고 변화할 준비가 된 분들이 마음을 먹거나 변화로 넘어가게 해주는 그런 앨범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찬혁)
"저희는 그냥 예전처럼 계속해서 노래를 할 거고요. 희망적인 메시지가 될 수도 있고 아주 긍정적인 메시지가 될 수도 있는데, 저희들끼리 음악하고 계속 노래를 부를 거고 그걸 듣는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거죠. '이렇게 살자, 이렇게 생각해보자' 제시보다는 '우리는 그랬어, 우리는 그렇게 생각해' 하면서 우리의 이야기로 위로를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이수현)
악뮤의 컬래버레이션 앨범 '넥스트 에피소드'는 오늘(26일) 저녁 6시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발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