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펑 부부장과 셔먼 부장관의 구체적인 대화 내용이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중국 측이 이날 오전 일찍 셰펑 부부장의 모두 발언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며 기선 제압에 나선 모양새다.
중국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셰펑 부부장은 셔먼 부장관에게 "미중 관계는 교착 상태에 빠졌으며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했는데 이는 근본적으로 미국의 일부 인사가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셰펑 부부장은 특히 미국이 중국을 2차대전 때의 일본이나 냉전시대의 소련에 비유하며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간주하고, 중국을 악마화해 미국의 구조적 문제를 중국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미국의 '경쟁, 협력, 대항'이라는 삼분법은 중국을 봉쇄하고 억제하려는 것인데 대항과 억제가 본질"이라면서 "미국은 매우 잘못된 사고와 위험한 대중국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압박했다.
셰펑 부부장은 이와 함께 미국이 신장위구르자치구 등의 인권 문제를 고리로 중국을 압박해온 점을 의식한 듯 "미국은 중국에 인권 문제로 이래라 저래라 할 자격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측은 이날 회담에서 처음으로 미국이 넘어서는 시정요구 사항과 우려사항을 제시했다.
셰펑 부부장은 회담 직후 두 가지를 미국에 전달했다며 하나는 미국이 중국에 취해야 할 개선 조치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의 주요 우려 사항이라고 말했다.
개선 조치 사항에는 공산당원과 가족,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비자 제한 해제, 중국 지도부 및 정부 관료·기관에 대한 해제, 공자학원과 중국기업에 대한 제한해제, 중국 언론을 정부 대리인으로 결정한 판결 취소 등이 들어 있다. 화웨이 창립자의 딸이자 재무책임자인 멍완저우를 캐나다에서 송환 받으려는 노력도 그만둘 것을 촉구했다.
중국이 밝힌 우려 사항에는 미국 내 중국인에 대한 부당한 대우, 중국대사관 및 영사관 직원에 대한 부당한 괴롭힘, 미국 내 반아시아·반중정서 고조, 중국인에 대한 폭력 등이 포함돼 있다.
웬디 셔먼 부장관은 오전에 셰펑 부부장을 만난 뒤 오후에는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도 만났지만 구체적인 발언 내용 등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중국이 부부장 모두 발언을 통해 자국의 강경한 입장을 전했지만 실제 회담에 들어가서는 양국간 현안과 협력 사안에 대해 밀도 있는 의견 교환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