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지만 잘 싸웠다.
전주원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은 26일 일본 사이타마 수퍼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스페인을 상대로 선전한 끝에 69대73으로 아깝게 졌다.
한국의 국제농구연맹(FIBA) 랭킹은 19위, 스페인은 3위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스페인이 한수위라는 평가였고 경기가 다소 일방적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예상이 적잖았다.
한국은 도쿄올림픽 최종 예선에서 스페인에 37점 차로 크게 지기도 했다. 당시 사령탑은 이문규 전 감독이었다.
하지만 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은 여자농구의 저력은 대단했다.
기존의 한국 농구와는 달랐다.
대표팀은 지역방어 대신 맨투맨에서 스위치 수비를 적극 활용했다. 센터(박지수)를 제외한 전 포지션에서 신장이 밀리는 팀이 시도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큰 수비 방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로 코트 외곽 지역부터 압박의 강도를 높일 수 있었다. 미스매치가 발생하면 많은 움직임으로 커버했다. 전주원 감독은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선수를 골고루 기용해 강도 높은 수비를 하는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했다.
한국은 경기 내내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다만 높이를 앞세운 스페인의 4쿼터 초반 공세에서 밀린 게 다소 아쉬웠다.
한국은 리바운드 싸움에서 30대48로 밀렸다. 무려 24개의 공격리바운드를 허용했다.
한국은 야투 성공률 44%를 기록해 스페인(40%)에 앞섰다. 그만큼 수비가 효과를 본 것이다. 하지만 높이의 한계 때문에 수비리바운드를 사수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스페인은 한국보다 슛 16개를 더 시도했다.
그럼에도 여자농구의 선전을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스테판 이슬' 강이슬은 26득점으로 활약했고 박지수는 17득점 10리바운드를 올렸다. 박혜진은 14득점 5어시스트로 분전했다.
박지수는 "한국에서 솔직히 오늘 안될 거라 생각하셨을 것 같은데 우리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기력은 올림픽 메달 후보 스페인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세네갈 출신의 귀화선수로 신장 198cm의 센터 아스토우 엔도르는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한국은 매우 빠르고 슛도 매우 빠르게 던지는 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수비에서 최선을 다했고 한국이 3점슛을 많이 쏘지 못하게 막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