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뜸 한마디. "아따, 호남사람을 아직도 졸로 보는구만요 잉~"
이재명 경기지사의 '백제 발언'이 몰고 온 정치권의 '호남불가론' 얘기인 것을 금세 눈치챘다.
그는 주말 사이 제기된 호남 지역주의 논란에 열이 많이 오른 듯했다.
"호남사람들이 DJ와 노통, 문통만 당선시킨 줄 아느냐? 박통(박정희 대통령)을 당선시킨 곳도 전라도"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맞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표 차이가 적게 난 선거는 1963년 10월에 치러진 5대 대통령 선거다.
박정희 후보는 윤보선 후보를 불과 15만 6천 표, 1.5% 득표율 차이로 간신히 이겨 대통령에 당선됐다. 박정희 대통령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호남의 몰표 덕분이었다. 박 대통령은 전남과 전북에서 57%와 49%의 가장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당시 4.3사건과 여순사건의 여파로 박정희 대통령이 피해자라는 인식이 제주와 호남 주민들 사이에 남아있었다.
윤보선 후보가 박정희 후보를 상대로 매카시즘 공격을 퍼부어댄 것에 대한 반감도 작용했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해 7월 "한반도 5천 년 역사에서 백제 쪽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 (이 전 대표가) 나가서 이긴다면 역사"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재명 지사의 발언은 엄밀히 보면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한 격려와 덕담에 가깝다.
이낙연 전 대표는 2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왜 저만 잘못했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지만 당시 이 지사의 말을 직접 들은 자신이 누구보다 진의를 잘 알 것이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찬반과 적통 논쟁, 지역까지 거론하는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서 영호남 지역주의는 그 파장 때문에 섣불리 언급해서는 안 되는 금기 사항이다. 특히, 민주당에서 지역주의는 호남민의 피해 의식과 맞물려 대선 경선 구도는 물론 본선에까지 영향을 미쳐왔다.
박정희 대통령의 당선도 호남민의 선택이었고 민주당 출신 3명의 대통령도 호남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 일부에서 호남정서를 폄하하고 악용해도 호남주민들은 고향 사람을 배제하고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선택했다.
이재명 지사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26일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 지사는 "백제, 호남 이쪽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예가 한 번도 없다"며 "김대중 대통령이 처음으로 성공했는데 절반의 성공이었다"고 말했다.
대통령 당선에 '절반의 성공'이라는 정치학적 수사는 없다. 당선 그 자체로 완벽한 성공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지사가 진의를 차치하고라도 호남정서를 자꾸 거론하는 것 자체가 지역주의 망령을 소환하는 결과를 낳는다. 호남 주민들의 정치적 선택을 무시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도 '백제 발언'의 전후 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면 이를 더 이상 정쟁화시켜서는 안 된다. 지역주의 공방으로 표를 얻으려는 전략은 오히려 스스로를 지역 프레임에 가두는 자해일 뿐이다.
전화를 걸어온 지인은 이렇게 통화를 맺었다. "장기판의 졸은 앞으로 가고 옆으로 갈지언정 절대로 뒤로는 가지 않소, 이분들이 그걸 알랑가 모르겄소"
'백제 공방' 하는 후보들에게 이 얘기를 전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