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중학생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가 유치장에서 자해하는 소동이 발생하자, 경찰 지휘부는 소속 경찰관들을 유치장 내 대기시켜 관리 조치를 하게 했다. 이에 일선 경찰들은 '인권 침해'라며 책임자 문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제주경찰청·제주동부경찰서·제주서부경찰서·서귀포경찰서 직협은 경찰 내부망에 올린 공동 성명서를 통해 "살인 피의자가 유치장에서 자해하는 것을 방지하겠다고 경찰관이 강력범죄자와 함께 감금되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살인 피의자에게 수갑을 채우고 헬멧을 씌우는 등 다른 방법으로 자해를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아무런 죄도 없는 경찰관을 살인 피의자와 함께 유치장에 3시간씩 감금한 것은 엄연한 범죄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찰청은 이를 지시한 책임자에 대해 직위해제를 하고, 살인 피의자와 함께 감금된 경찰관에 대한 심리 치유, 지휘부의 인권의식 강화 등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지난 22일 오후 1시 36분쯤 과거 동거녀의 중학생 아들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된 백모(48)씨가 자해했다. 백씨는 스스로 화장실 출입문 모서리에 머리를 박아 피를 흘렸고, 즉시 경찰에 의해 제지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재수감됐다.
이후 제주동부경찰서장과 과·계장 등은 대책회의를 열고 백씨가 또 다시 자해할 수 있다고 판단, 소속 경찰관들에게 교대로 유치장 내에서 백씨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도록 지시했다.
그 결과 경찰관들은 백씨가 자해한 당일 오후 8시부터 이튿날인 23일 오전 9시까지, 1명당 3시간씩 유치장에 들어가 백씨의 상태를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