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황효진 (경북일고 코치, 양궁 金 김제덕 스승)
이번 도쿄올림픽. 우리나라의 첫 금메달은 양궁이었습니다. 바로 남녀 혼성 단체전에서였는데요. 17살의 김제덕, 20살의 안산. 올림픽에 처음 나가본 두 선수가 큰일을 해 낸 겁니다. 특히 17살의 김제덕 선수는 고등학생이에요. 국제성인대회 자체가 처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포효하는 모습 보셨어요? 한 발 던질 때마다 마치 호랑이처럼 "파이팅"을 외치는 그 모습. 이게 참 양궁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이어서 흥미롭기도 하고 그 에너지가 엄청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요.
도대체 17살 고등학생이 어떻게 쟁쟁한 선배들을 다 물리치고 이 혼성 대표팀으로 뽑힐 수 있었는지 그 뒷이야기 많을 것 같습니다. 경상북도 예천에서 고등학생 김제덕을 2년간 지도해 온 분입니다. 경북일고의 황효진 코치, 지금부터 연결해보죠. 황 코치님 안녕하세요.
◆ 황효진>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축하드립니다.
◆ 황효진> 감사합니다.
◇ 김현정> 얼마나 기쁘셨어요?
◆ 황효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렇죠. 경기는 얼마나 긴장하면서 보셨어요?
◆ 황효진> 제덕이보다 더 긴장했을 것 같은데. (웃음)
◇ 김현정> (웃음) 아래에서부터 쭉 올라가는 거 아닙니까? 하나도 안 빼고 다 보셨죠?
◆ 황효진> 처음에 시작할 때 16강에서 조금 긴장을 많이 한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8강, 4강 가면서 풀리는 거 보니까 무사히 올라가겠구나 생각하고 있었어요.
◇ 김현정> 16강에서는 긴장한 티가 났고?
◆ 황효진> 네.
◇ 김현정> 그 결승전에서는 어땠던 겁니까? 평소대로 제 페이스가 나온 거예요?
◆ 황효진> 아무래도 긴장 안 한다고 하면 거짓말인 것 같고요. 긴장했지만 끝까지 이제 제덕이 스타일대로 과감하게 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금메달도 예상을 하셨던 겁니까? 이 혼성전?
◆ 황효진> 일단 혼성에 나갈 거라고는 아예 생각을 못 했었고요.
◇ 김현정> 혼성전은 사실 한 팀이 우리나라 대표로 나간 거였어요. 안산, 김제덕 그렇게 한 팀이 나간 거였는데 그 한 명에 뽑힐 거라는 건 생각도 못했고.
◆ 황효진> 2020년에는 어깨 부상 때문에 대회 도중에 기권을 했어요. 팔이 아예 들어지지 않아서. 그래서 어깨 재활하면서 다음을 기약하자고 했는데 코로나로 연기되면서 선발전 다시 하게 됐고 또 제덕이가 그 사이에 준비를 많이 했어요.
◇ 김현정> 어깨 부상은 회복이 다 된 상태입니까, 그러면 지금?
◆ 황효진> 아니요. 일단은 많이 좋아지기는 했는데 대구 으뜸병원의 이성만 원장님 후원 덕분에 편하게 치료 잘 받았고 지금 선수촌에서도 치료랑 재활 병행하면서 많이 좋아지고 있어요.
◇ 김현정> 지금도 100%는 아니군요?
◆ 황효진> 네. 지금도 통증이 조금 있는 상태예요.
◇ 김현정> 100% 나은 상태가 아닌데도 지금 이만큼을 해낸 겁니까? 그러니까 그 한 발 한 발 쏠 때마다 그 모습을 보는 코치님, 스승님 마음이 어떠셨을지.
◆ 황효진> 이제 "파이팅" 하고 이런 거 보니까 좀 안쓰럽기도 하고.
◇ 김현정> "파이팅" 외치는 그 모습이요? 그게 안쓰러우셨어요?
◆ 황효진> 이게 상대가 멘탈이 흔들릴 수도 있는데 제덕이가 흔들려고 한 건 아니고 긴장감을 좀 풀려고 "파이팅"을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대회 나가기 전에도 특별 훈련 할 때부터 소리치면서 "파이팅"하면서 스스로 긴장을 풀려고 했는데 그게 어린 나이에도 벌써부터 그 긴장감을 겪는다는 게 좀 안쓰럽죠.
◇ 김현정> 결승전에서 한 발 던지고 나서 "파이팅" 외쳤던 게 이게 무슨 전략적으로 상대편의 멘탈을 흔들기 위한 이런 게 아니라 자신의 긴장을 풀기 위한 거예요?
◆ 황효진> 네. 그렇죠. 왜냐하면 어쨌든 나라를 대표해서 나갔고 거기에 대한 책임감도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얘기를 하더라고요.
◇ 김현정> 그러더니 역시나 가서 "파이팅"을 외치는 것을 보면서 '와, 우리 제덕이가 긴장했구나' 이 생각을 하셨어요?
◆ 황효진>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에 조금 마음이 그렇더라고요.
◇ 김현정> 잘했습니다. 사실은 우리나라에 잘하는 선수가 워낙 많지 않습니까? 그 쟁쟁한 선배들 틈에서 17살, 아직 성인 국제무대를 한 번도 밟아본 적 없는 친구가 이 한 팀 뽑는 혼성전에 뽑혔다는 거, 이거는 굉장히 놀라운 일인데요. 저희가 김제덕 선수가 도대체 누군가 살펴보니까 아주 어렸을 적부터 활을 잡았어요?
◆ 황효진> 네, 맞아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했는데요. 제덕이가 학교에서도 원리원칙도 많이 따지고 친구들이랑도 장난도 많이 치고 그랬나 봐요. 그래서 학교 선생님이 양궁장에 가서 좀 침착하게 하는 거도 배워라 하고 보냈는데 1년 반만인가? 전국대회 금메달을 다 휩쓸었거든요.
◇ 김현정> 1년 반만에, 활 잡은 지?
◆ 황효진> 네.
◇ 김현정> 그러면 처음에 '운동신경이 굉장히 좋은 것 같으니까 시작해라'가 아니라 '좀 차분해져라' 해서 선생님이 장난꾸러기 제덕이를 보낸 거예요? (웃음)
◆ 황효진> (웃음) 네, 맞아요. 학교 선생님들께서 재능이 있고 이런 건 잘 모르시고 이제 시켰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세상에. 그랬는데 활 잡고 나서 첫 달부터 엄청 잘했대요?
◆ 황효진> '하나를 알려주면 그 하나를 완벽하게 캐치할 때까지 끝까지 하려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초등학생이?
◆ 황효진> 네. 그러니까 그게 해결이 되지 않으면 집에 가지 않고 계속 이제 물고 늘어지는 거죠. 선생님들도 피곤할 정도로 훈련을 그렇게 했대요.
◆ 황효진> 부담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인데 일단 제덕이가 부상이 있었기 때문에 부상만 제가 잘 해결해 주면 그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가르쳤어요.
◇ 김현정> 이미 그러면 고등학교 올라올 때도 어깨가 안 좋은 상태였군요?
◆ 황효진> 네.
◇ 김현정> 초등학교 때부터 했다는 그 엄청난 노력. 고등학교 때도 계속 그렇게 했을 텐데 그게 어느 정도 수준이던가요?
◆ 황효진> 일단 제덕이 같은 경우는 완벽주의자에 가까워요, 성향 자체가요. 그래서 모든 게 완벽하게 되지 않으면 집에 가지 않고 밤을 새서라도 자기 본인 직성이 풀릴 때까지 훈련을 했어요. 그래서 많게는 700발에서 1000발까지 쏘고.
◇ 김현정> 하루에요?
◆ 황효진> 네.
◇ 김현정> 하루에 1000발을 쏜다고요?
◆ 황효진> 네, 밤 10시, 12시까지 본인이 마음 풀려야 될 때까지 훈련을 했어요.
◇ 김현정> 1000발을 쏘려면 그러면 시간으로 따지면 얼마나 걸린다는 거죠?
◆ 황효진> 아침 8시부터 밤 10시, 12시까지는 쏴야
◇ 김현정> 하루에 13시간, 14시간을?
◆ 황효진> 네.
◇ 김현정> 그러면 '그만 좀 훈련해. 제덕아 이제 그만 좀 가자' 선생님들이 오히려 그러셨겠어요.?
◆ 황효진> 네, 저는 올라오자마자 무조건 발수량 줄이고 꾸준히 하는 연습을 했어요. 주말에도 쉬지 않고 그냥 매일 200발, 300발씩, 대신 꾸준히 하는 걸 연습을 많이 시켰고요. 또 어깨 부상이 있었기 때문에 언제까지 본인의 스타일로 오랫동안 활을 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많이 알려줬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제덕아 쉬는 것도 훈련이다' 이러면서.
◆ 황효진> 네, 그렇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혼성전에서 금메달. 한국팀 첫 번째 금메달이자 김제덕 선수가 성인 국제대회에 나가서 딴 첫 메달. 값진 메달입니다. 첫 메달 따고는 통화하셨어요, 선생님?
◆ 황효진> 네. 전화 왔는데 끝나고 들어간다고 전화 왔더라고요.
◇ 김현정> 이제 숙소 들어간다고?
◆ 황효진> 네.
◇ 김현정> 뭐라 그래요, 그러면서?
◆ 황효진> 제가 수고했다고 하니까 본인이 먼저 단체전 끝날 때까지 긴장 늦추지 않겠다고 끝까지 해보겠다고 먼저 얘기하고 끊었어요. (웃음)
◇ 김현정> (웃음) 굉장히 어른스럽네요.
◆ 황효진> 네, 어른스러워요.
◇ 김현정> 평소에 성격 어때요? 훈련할 때 말고 평소에는?
◆ 황효진> 평소에 장난도 많이 치고요. 얘기도 많이 하는 스타일이고.
◇ 김현정> 선생님은 뭐라고 하셨어요? '긴장 늦추지 않겠습니다' 했을 때.
◆ 황효진> 핸드폰 많이 만지지 말고 댓글 같은 거 읽지 말라고. '파이팅' 하고 이런 부분에서 (댓글에) '시끄럽다' 이런 거 보니까 저는 제덕이가 왜 하는지 아는데 그분들은 모르시니까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혹시나 아이가 상처받고 남은 경기들 잘해야 되는데 혹시나 방해될까 싶어서 보지 말라고 했어요.
◇ 김현정> 잘하셨습니다. 김제덕 선수 음식은 뭐 좋아해요?
◆ 황효진> 제덕이 치킨도 좋아하고 햄버거도 좋아하고 다 잘 먹어요. 제덕이는. 그리고 또 몸에 좋다는 거는 더 잘 먹어요.
◇ 김현정> 치킨 좋아하고 햄버거 좋아하고 딱 17살이네요. (웃음) 돌아오면 사주셔야죠.
◆ 황효진> (웃음) 네, 당연하죠.
◇ 김현정> 김제덕 선수 지금 듣고 있지는 못하겠지만 앞으로 남은 남자 단체전, 또 개인전 다 잘 치러야 되니까 선생님 한마디 응원의 말씀을 해 주시죠.
◆ 황효진> 일단 남은 경기 마무리 잘하고 또 제덕이의 꿈 그랜드슬램, 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 게임, 아시아선수권, 이런 데서 개인전 금메달 따는 게 그랜드슬램이라고 하거든요. 제덕이가 목표가 그랜드슬램이에요. 그래서 꼭 그거 이뤘으면 좋겠고 어깨 관리 잘해서 10년, 20년 더 롱런하는 선수가 되길 바라요.
◇ 김현정> 당장 눈앞에 있는 남자 개인전, 또 단체전 잘해야 되는데 금메달 가능할까요?
◆ 황효진> 사실 단체전, 개인전 다 남자는 쉽지는 않아요. 워낙 평준화가 되어서요. 그래도 연습 때처럼 하면 단체전 충분히 금메달 딸 수 있을 것 같아요.
◇ 김현정> 개인전은요?
◆ 황효진> 개인전은 하늘에 맡기기로 했어요. (웃음)
◇ 김현정> (웃음) 그것이 정답입니다. 성적, 메달의 색깔도 색깔이지만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고 실수 없이 마음껏 해내고 오기를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선생님, 그동안 고생 많으셨고요.
◆ 황효진>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황효진>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향인 예천에서 김제덕 선수를 2년 동안 가르쳐온 분이세요. 경북일고 황효진 코치, 만났습니다. 잠시 후 9시 반부터 양궁 남자 단체전 열리거든요. 같이 응원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