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학교가 부동산 임대보증금 120억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것을 두고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수사했던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가운데, 과거 법원에서는 유사한 사안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과 교육부에 이어 법원까지 '부동산 임대보증금은 수익용 기본재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을 검찰만 유독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검찰의 미심쩍은 판단에 '모종의 배경'이 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양상이다.
교육부 "부동산 임대보증금=수익용 기본재산"…법원 "맞다" 판단
2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건국대가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120억원은 건국대의 수익사업체인 '더클래식 500'의 부동산 임대보증금 재원에서 마련됐다.
학교법인 재산은 수익용 기본재산과 보통재산 등으로 나뉜다. 교육부 지침상 임대보증금은 기본재산으로 분류된다. 기본재산을 사모펀드에 투자하기 위해선 이사회 심의·의결을 거친 후 교육부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건국대는 이를 거치지 않아 배임·횡령 의혹을 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건국대 투자금이 기본재산이 아닌 보통재산이라고 보고 '무혐의'로 판단했다.
검찰의 '봐주기 수사'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임대보증금을 기본재산으로 보는 법원의 판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판단의 의구심이 한층 더해지는 셈이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서울행정법원의 2004년 8월 판결문에 따르면, 경북 지역의 한 예술대학 학교법인 임원들이 제기한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처분' 소송에 대해 '각하' 결정이 내려졌다.
학교법인 A는 2003년 4월 교육부로부터 종합 감사를 받았고, 그 결과 임원 일부가 직무태만 및 수익용 기본재산 부당 처분 등 30여건의 사례에서 '위법·부당사항'에 해당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A 법인은 '대학종합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목적으로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분류된 '부동산 임대보증금' 약 1억원을 교비회계인 대학 경상비 전출금에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교육부는 "수익용 기본재산인 임대보증금을 임의 처분한 것은 부적정하다"며 1억원을 되돌려 놓으라고 지적했고, A 법인은 뒤늦게 이를 시정했다.
종합 감사에서 이를 포함한 30여개에 달하는 '위법사유'가 적발된 A 학교법인 임원들은 교육부로부터 '임원 승인 취소' 처분을 받았고,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끝내 기각된 것이다. 법원이 임대보증금을 기본재산으로 보고 있고 임의 처분이 부당하다는 판단은 그만큼 명확했다.
감사원도 "수익용 기본재산 맞다" 판단했지만…검찰만 "아니다"
2017년 3월 감사원은 교육부에 '수익용 기본재산의 임대보증금 관리에 대한 지도·감독 부적정'이라는 통보를 내렸다. 각 대학이 수익용 기본재산 보유현황을 매년 교육부 장관에게 보고하게 돼 있지만, 정작 교육부는 이에 대한 파악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통보문에서 "수익용 기본재산을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변경 하거나 담보에 제공하고자 할 때는 관할청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물을 임대해 취득한 임대보증금은 건물의 일부가 금전의 형태로 변경된 것이므로 이를 사용하는 것은 '수익용 기본재산'인 예금의 처분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당시 교육부는 전체 학교법인의 임대보증금 예치 현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었고, 임대보증금의 임의사용 여부를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이에 교육부는 각 사립학교의 수익용 기본재산에 대한 감사에 돌입했고, 건국대가 부동산 임대보증금 120억원을 펀드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심의·의결' 및 '교육부 처분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건국대의 부적정 펀드 투자 의혹이 이때 드러난 셈이다.
교육부는 '건국대 현장조사 결과 통보서'를 통해 "건국대는 2017년 감사원 감사에서 임대보증금을 임의 사용한 것을 지적받아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임의사용액 보전조치를 이행하는 중이었다"며 "그럼에도 수익사업체(더클래식500)가 임대보증금 재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사장이 관리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국대 법인은 교육부를 상대로 "현장조사 결과 내려진 처분사항 조치 등을 취소해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 23일 패소 판결을 받기도 했다. 법원이 교육부 손을 들어준 것이다.
검찰 '무혐의'에 청탁 있었나
이를 토대로 건국대 충주병원 노조는 지난해 9월 건국대 유모 이사장과 더클래식500 최모 대표를 특가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교육부 또한 감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11월 유 이사장을 사립학교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의뢰했다. 기본재산을 임의로 사모펀드에 투자해 '불법'이라는 취지다.
하지만 수사를 맡은 서울동부지검은 올해 5월 유 이사장 등을 '혐의 없음' 처분했다. 검찰 판단을 요약하면 '사립학교법에 부동산에 대한 임대보증금은 수익용 기본재산이라고 명백하게 써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검찰은 불기소이유서에서 "임대보증금도 그 처분 등에 대해 수익용 기본재산의 처분 등에 필요한 엄격한 절차를 거치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볼 여지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사립학교법 시행령에 기본재산에 해당하는 재산을 열거하고 있고, 수익용 기본재산인 '부동산에 대한 임대보증금'이 이에 해당하지 않음은 문언상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국대 정관에 임대보증금이 기본재산으로 되는 재산이라는 규정이 없고, 임대보증금을 기본재산으로 편입하기로 하는 이사회 결의도 확인되지 않는다"며 "임대보증금을 수익용 기본재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러한 검찰의 판단은 교육부 지침과 어긋나는 상황이다. 사립학교법상 학교법인의 부동산은 수익용 기본재산에 해당된다. 이에 교육부는 지침에 부동산 임대보증금도 기본재산에 포함되며, 이를 처분하기 위해선 교육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검찰은 사립학교법상 기본재산에 단순히 '임대보증금'이 명백히 써져 있지 않다는 논리를 들며 "(임대보증금이 기본재산에 포함된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교육부 내부 지침에 불과한 것"이라고 일축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법원 판례와 감사원의 판단, 교육부 지침 모두가 '임대보증금은 수익용 기본재산'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검찰만 유독 다른 판단을 내린 배경에 의심의 눈초리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건국대 현 이사장의 모친인 김모 전 이사장의 '골프 회동'이 모종의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김 전 이사장은 지난해 8월 이모 부부장검사 등과 골프 모임을 가졌다.
회동 주최자는 금품 살포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이다. 그러나 당시 골프 회동의 비용은 김 전 이사장이 결재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모 부부장검사는 건국대를 무혐의 처분한 서울동부지검의 김모 부장검사와 연수원 동기인 데다, 2013년 법무부 인접 부서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은 이 골프모임의 성격을 들여다보고 있다. 만약 청탁이 이뤄졌다면 '뇌물죄' 수사로 확대될 여지도 엿보이고 있다.
다만 김 부장검사는 "해당 사건은 동부지검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됐다"며 "그 과정에서 어떠한 외부의 압력은 받은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건국대 역시 "사립학교법에 임대 보증금의 '수익용 기본재산' 포함 여부가 명시되어 있지 않는다"며 "옵티머스 사기펀드 피해액 120억 원도 모두 돌려받은 상황에서 검찰의 무혐의 결정은 법리상 타당한 결과이며 이와 관련해 청탁한 바 없으며 청탁할 이유도 전혀 없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