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가정의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인천지역 노후 아파트에서 정전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근본적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 인천, 최근 5일간 정전사태 5번 발생…준공 20년 이상 노후 아파트
23일 한국전력공사 인천본부 등에 따르면 최근 5일간(7월18일~23일) 인천 지역에서 아파트에서 발생한 정전 사태는 모두 건이다. 정전 사태가 발생한 아파트는 모두 준공한 지 20년이 넘은 5곳이다. 하루 1번꼴로 정전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누적 정전시간만 28시간을 넘는다.
지난 18일 오후 4시 40분쯤 인천시 서구 당하동 한 아파트 단지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이 정전으로 아파트 7개 동 529가구 가운데 2개 동이 무더위에 냉방기를 쓰지 못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한전은 일시적으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일부 아파트 동의 차단기가 내려가 정전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1시간 만에 복구를 마쳤다.
같은 날 오후 5시10분쯤 미추홀구 용현동의 1천170세대 규모 아파트에서도 270세대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한전과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변압기 과부하로 정전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복구 작업에 나섰지만 복구에 애를 먹었다.
당시 이 아파트 수전실에 설치된 변압기 3대 중 1대가 고장 났으나 해당 모델이 워낙 구형이어서 교체품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아파트들은 정전 20시간여 만인 19일 오후 1시 20분이 돼서야 전기 공급이 재개됐다.
지난 21일 오후 8시 16분쯤에는 인천 연수구 옥련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전기 공급이 끊겼다. 이 정전으로 해당 아파트 5개 동 590세대가 큰 불편을 겪었다. 한전은 현장에 복구반을 긴급 투입해 6시간여 만에 전기 공급을 재개했다.
비슷한 시간 연수구 선학동의 한 아파트 일부 세대에서도 약 15분간 정전사태가 벌어졌다. 다행히 복구작업이 신속히 이뤄졌지만 정전 세대 중에는 가정용 산소호흡기를 이용해 자택에서 투병 중인 곳이 포함돼 큰 위기를 맞을 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오후 8시 30분쯤에는 부평구 삼산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변압기 고장으로 전력 공급이 차단돼 이 아파트 350세대 주민들이 1시간가량 큰 불편을 겪었다.
◇ 열대야에 전력 사용량 급증·노후 변압기 사용 등이 원인
정전 사태가 발생한 아파트 대부분 수·배전 시설인 변압기 과부하가 정으로 분석된다. 최근 들어 전력 사용량이 갑자기 급증하고 전기 공급이 끊긴 아파트에 설치된 차단기 노후화 등으로 정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특히 해당 기간 동안 인천을 비롯한 전국에서는 밤에도 기온이 2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 시민들의 불편을 더욱 컸다. 에어컨 등 냉방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면서 온열환자가 발생할 위험도 커지고 있다.
기상청은 낮 동안 축적된 열기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밤에도 남동쪽에서 따뜻한 공기가 지속해서 들어와 수도권과 해안지역, 제주도를 중심으로 밤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며 열대야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천 곳곳에 깔린 초고압 송전선로 때문에 정전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천에서 생산된 전력의 30% 정도만 인천에서 사용될 뿐 나머지 70%는 수도권 전역에 송전된다. 1980년대 초부터 설치된 154㎸ 케이블 등 전력공급 설비는 노후됐고, 전국에서 가장 많은 345kV 지중송전선로가 인천 도처 곳곳에 깔려 있다.
수도권으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설치된 고전압 선로가 고압 전력을 가정에서 사용하기 위해 쓰이는 변압기의 과부화로 이어져 매년 정전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 지역의 노후된 전력 공급시설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자체별로 한전·전기안전공사와 함께 지역 내 20년 이상 된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노후 변압기 등에 대한 민관 합동 점검을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최근 계속되는 열대야로 전력 사용량이 늘면서 정전이 잇따르고 있다"며 "노후한 변압기나 전기배선 등을 미리 교체해 정전 피해를 예방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