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세월이 흐른 1972년에 이르러서야 남과 북은 한민족의 통일은 평화통일이어야 한다는데 합의했습니다.
7.4 공동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는 보수정권하에서 성사되었고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남북합의서, 4.27 남북정상회담은 진보정권하에서 성사되었습니다. 전쟁을 치루었고 그 후유증도 만만치 않았지만 평화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대의에서 남과 북이 큰 합의를 도출해 낸 것은 우리 민족의 위대한 저력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대사를 성취해 놓고도 남북 문제가 좀처럼 진전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반도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오랜 세월 동안 격돌해왔던 지정학적 화약고였습니다. 지금도 한반도를 둘러 싸고 있는 주변 강국들이 한반도에 강력한 통일국가가 들어서는 것을 원치 않고 있습니다.
이것이 냉엄한 국제정치의 현실인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물론 우리는 자유대한민국을 지켜준 미국과 유엔군들의 희생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동시에 제국자들의 훼방을 극복하고 기필코 8,000만 겨레의 염원인 평화통일을 이루어 내야 하는 민족사적 과제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전쟁이 종식된 지 68년의 긴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렇게 오랜 세월을 적대국으로 남아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가 유일합니다. 한반도에서 전쟁 당사국이었던 미국과 중국도, 수교한 지 오래 되었습니다.
심지어 우리 나라를 강제로 찬탈하여 40여년 동안 민족의 자주 역량과 기운을 옥죄고 소멸시켰던 일본과도 국교를 정상화했습니다. 그런데 왜 북한과만 아직도 적대국으로 남아 있을까요?
전술한 대로 한반도에서 여전히 강대국들의 이익이 충돌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한반도에서 아직도 종전선언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70년전의 남과 북이 아닙니다. 남한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되었고 북한은 전술핵을 보유하고 있는 군사강국이 되었습니다.
전쟁을 통한 통일, 경제적 흡수통일 모두 불가능합니다. 그런가하면 우리만 잘살아 보자는 생각도 유치하고 허망한 꿈일 뿐입니다. 오직 상호협력을 통해 상호 번영의 길을 가다가 마침내 평화적인 통일을 이루는 하나의 길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하루 속히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 민족이 평화통일로 가는 첫 단추입니다. 강대국들의 자국이기주의는 평화를 염원하는 인류에게 가장 큰 장애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한국교회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이 나라에 자유의 기초가 흔들릴 때 한국교회는 자유를 지키는 Peace-Keeper의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이제 참된 자유를 위해 평화를 만드는 Peace-Maker가 되라는 것이 주님의 뜻임을 우리 모두가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CBS논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