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단계 코앞인데 계도만?" 부산 해수욕장 방역 관리 어쩌나

부산지역 하루 확진자 100명 넘기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대 규모
광안리해수욕장 일대 방역 수칙 위반 단속에도 과태료 부과는 '0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언급되는 마당에도 '계도'가 대부분
"엄격한 기준 적용과 행정 처분 등 뒤따라야" 지적도

평일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송호재 기자
부산지역 주요 해수욕장을 관리하는 지자체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대대적인 단속 활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지만, 정작 위반 사례 대부분에 계도만 할 뿐, 과태료 등 행정 조치는 거의 없어 솜방망이 처벌만 반복한다는 지적이다.

하루 확진자가 100명을 넘는 등 부산지역 코로나 사태도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만큼, 엄격한 단속과 조치로 해수욕장 방역에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1일 낮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 더위에 파라솔이나 나무 아래 그늘에는 더위를 식히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일부 피서객들은 한낮 백사장 열기에 지친 듯 마스크를 벗은 채 휴식을 즐겼다.

벤치에 앉은 일부 시민들도 마스크를 턱까지 내리는 이른바 '턱스크' 상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송호재 기자
안심콜 방문 등록 번호가 적힌 현수막이 곳곳에 세워져 있었지만, 백사장에 들어가는 시민 가운데 이를 눈여겨보거나 직접 전화를 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처럼 백사장 곳곳에서 위태로운 상황이 연출됐지만, 이를 제재하거나 안내하는 인력은 볼 수 없었다.

광안리해수욕장을 관리하는 수영구는 이번 달 해수욕장 개장 이후 지난 20일까지 방역 수칙 위반 단속에 나서 마스크 미착용 182건, 음주와 취식 612건 등 794건의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

하지만 실제 과태료 부과 등 행정 조치를 내린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고 모두 '계도'에만 그쳤다.

해운대구 역시 지난 1일부터 18일까지 마스크 미착용, 야간취식, 집합금지 등 위반 사례 5천460건을 적발했지만, 과태료 처분까지 이어진 사례는 12건에 불과했다.

기온이 더욱 올라가고,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해수욕장 방문객도 점차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지자체가 해수욕장 방역을 관리하며 '솜방망이'만 휘두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코로나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며 해수욕장 방역 관리가 도마 위에 오르자, 부산시는 직접 7개 주요 해수욕장 방역 수칙을 강화하고 철저한 관리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실제 단속과 행정 처분 권한을 가진 일선 구·군이 이처럼 소극적인 태도를 반복한다면, 하루 수만 명이 모이는 해수욕장이 코로나 집단 감염의 또 다른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안일규 부산경남미래정책 사무처장은 "현장 단속 인력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만약 강경 대응했을 경우 발생할 수도 있는 주민 불만이나 민원 등 부작용을 우려해 몸을 사리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라며 "지자체가 먼저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고 방역 의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 중앙 방역 당국 차원에서 더 엄격한 가이드라인과 단속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라며 "경찰 역시 행정 당국의 단속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등 전방위적인 단속과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송호재 기자
반면 이런 지적에 대해 단속 업무를 담당하는 일선 공무원 사이에서는 적발된 시민이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는 등 단속에 협조하지 않아 행정조치까지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수영구 관계자는 "단속 현장에서는 적발된 시민이 신분증 제시를 계속 거부해 과태료 부과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결국 계도 조치만 하는 경우가 있다"라며 "합동 단속에 나선 경찰까지 나서도 단속에 응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한편 부산에서는 22일 하루에만 116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이틀 동안 확진자 수가 100명을 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상향한 부산시는 오는 주말까지 확진자 수 추이를 지켜보고, 상황에 따라 마지막 4단계 격상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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