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인 8살 딸에게 식사를 제대로 안 주고 대소변을 먹이는 등 학대·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20대 친모와 계부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 "학대 강도 등 비정상적…죄질 극도로 좋지 않아"
인천지법 형사15부(이규훈 부장판사)는 22일 선고 공판에서 살인 및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28)씨와 그의 남편 B(27)씨에게 각각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징역 30년형은 유기징역 가운데 법정 최고형이다.
재판부는 또 이들에게 각각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하고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영유아 보호시설에 맡겨진 피해자를 2018년 1월 집으로 데려온 뒤 3년간 점차 강도를 높여 체벌과 학대를 했고 제한적으로 물과 음식을 제공해 영양불균형 등으로 사망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훈육이었다고 주장하지만, 학대 강도 등을 보면 정상적이지 않았다"며 "피해자는 만 8살로 신체적 방어 능력이 부족한 아동이었는데 학대로 인한 신체적 고통은 극심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부모로부터 제대로 사랑을 받지 못한 피해자가 느꼈을 고립감과 공포도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을 것"이라며 "범행 경위와 범행 기간 등을 보면 피고인들의 죄질이 극도로 좋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피해자, 초등학생인데도 13㎏에 불과…부검결과 "위에 음식물 전혀없어"
A씨 부부는 2018년 1월말부터 올해 3월 2일까지 인천시 중구 한 빌라에서 초등학교 3학년생인 딸 C(8)양이 대소변 실수 등을 한다는 이유로 총 35차례에 걸쳐 온몸을 때리고, 식사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심각한 영양결핍 등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C양은 얼굴과 팔·다리 등 몸 곳곳에 멍 자국이 난 채 사망했고 당시 영양 결핍이 의심될 정도로 야윈 상태였다. 몸무게는 또래보다 10㎏ 넘게 적은 13㎏에 불과했다. 또 초등생인데도 사망 전까지 기저귀를 사용한 정황도 발견됐다.
C양이 사망하기 이틀 전에도 밥과 물을 전혀 주지 않은 A씨는 딸이 옷을 입은 채 거실에서 소변을 보자 속옷까지 모두 벗긴 채 찬물로 샤워를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2시간 동안 딸의 몸에 있는 물기를 제대로 닦아주지 않고 방치했고, B씨는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는 C양을 보고도 9살 아들과 거실에서 모바일 게임을 했다. 사망 후 부검 결과 C양의 위에서는 음식물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계부 "살인 고의없었다…무죄 선고해달라" 선처 호소도
A씨 부부는 법정에서 딸을 학대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살인의 고의성은 전면 부인했다. 이들은 딸에게 대소변을 먹인 정황을 발견한 경찰이 추궁하자 "그런 적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5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계부 B씨는 최후 진술을 통해 살인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며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친모 A씨는 "죄송하다"는 말만 짧게 남겼다. A씨는 재판 내내 구속 후 출산한 아이를 안고 재판을 받았다. A씨는 이날도 어린 아이를 안고 재판을 받았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사망 이틀 전 음식을 전혀 제공하지 않고 학대를 이어온 상황은 일반적인 성인이라면 누구나 피해자가 사망할 것임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다"며 "살인의 고의도 충분히 인정된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C양과 아들을 낳았고 이혼한 뒤인 2017년 B씨와 결혼했다.
올해 3월 이 부부가 재판에 넘겨진 이후 최근까지 법원에는 엄벌을 촉구하는 진정서나 탄원서가 900건 넘게 제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