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도 33명으로 늘었고 8명이 실종되었다. 63만 명이 대피하고 215만 헥타아르의 농장물이 피해를 입는 등 현재까지 직접적인 피해액이 12억 2천만 위안(약 2천억 원)을 넘었다.
수해의 직접적 원인은 국지성 집중호우
정저우에도 20일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한 시간 동안 201.9mm의 비가 쏟아졌다. 이 강우량은 1시간에 9개의 시후(西浩·항저우에 있는 거대한 호수)가 쏟아지는 것과 같은 양으로 중국 역사상 가장 많은 시간당 강우량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하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우선 기상 예보가 틀렸다. 허난성 기상당국도 지난 15일부터 곧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는 했다. 하지만 시간과 장소가 틀렸다.기상 당국은 17일 예보에서 이틀 뒤인 19일에 정저우에서 북쪽으로 멀지 않은 지아오주어(焦作)에 백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최대 500mm의 비가 올 것이라며 저지대 주민들이 대피해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폭우는 하루 뒤에 인구 1200만 명의 대도시인 정저우를 강타했다.
허난성은 이번 폭우로 33명이 사망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사고 지점과 원인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사망 경위가 제대로 알려진 정저우 지하철 5호선에 갇혀 있던 500여 명의 승객 가운데 12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이상한 것은 6시 10분에 5호선 운행 중단 명령이 내려진 뒤 2시간이 자나 서야 구조대가 물이 차오르는 전동차에 접근했다는 것이다.
당시 열차 안에 갇혀 있던 승객들이 스마트폰 이용에 문제가 없었다는 점으로 볼 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물이 차오르는 차량 안에서 산소 부족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던 승객들은 이후에도 두 시간 뒤에야 완전히 구조될 수 있었다. 하마터면 엄청난 인재로 기록될 뻔했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이번 사건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면서 국민들의 생명·재산상 안전을 최우선시하며 지하철 운행 중단과 관광지 폐쇄, 휴업·휴교 등의 조치를 과감히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허난성 지하철 당국의 결정 과정이 감찰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관영 매체 물난리 상황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아 도마에
베이징외국어대 퇴직 교수 잔장은 20일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허난위성TV는 항일드라마 방송을 중단하고 재난방송을 하라"고 촉구했다.
다른 누리꾼들도 웨이보를 통해 "허난위성TV 간부들이 조금이라도 인간미가 있고 책임감이 있다면 제발 항일 드라마 방송을 중단하고 긴급 재난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재난 구호 정보를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한 누리꾼은 위챗을 통해 허난성 물난리가 처음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졌으나 중국중앙(CC)TV는 이를 보도하지 않았고 대신 독일과 유럽 홍수 소식에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관련 기사 댓글에도 "기상캐스터가 틀렸을 뿐만 아니라 주요 신문도 재난 헤드라인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있다. TV는 생방송으로 재난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야 할 때 버라이어티 쇼를 실행하고 있었다"는 댓글이 달렸다.
중국 재난은 '침소' 외국 사례는 '봉대'
중국 매체들은 지난달 하순에 발생한 미국 마이애미 아파트 붕괴 사고는 시시콜콜하게 보도했지만 허난성의 한 무술관에서 발생한 화재로 18명이 사망한 사건은 거의 다루지 않았다.
중국 매체들은 뒤늦게 수해 현장 소식을 전하면서 군인·경찰·소방대의 구조 활동이나 폭우 속 열차에 갇혔던 승객들이 어린이들의 오케스트라 연주에 안정감을 찾았다는 식의 미담 위주의 소식을 보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