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단계 효과 '잠잠'…전문가 "단계 연장하고 저녁 셧다운해야"

선별진료소에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서 기다리고 있다. 황진환 기자

정부가 수도권 지역에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중 가장 강력한 4단계를 적용한지 열흘이 됐지만 신규 확진자가 오히려 1700명대로 급증하며 역대 최다로 집계됐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수도권 지역의 4단계를 연장하는 조치에 더해 오후 6시 이후 모임을 원천 금지하는 등의 강력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비수도권 지역에 대해 일괄적으로 4단계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효과 좀 더 기다려야…'방역 완화' 개편안 본질적 한계도


앞서 정부는 16일 수도권 지역에 거리두기 4단계 적용을 발표하며 이르면 일주일에서 열흘 사이 억제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효과가 나타나려면 최소 2주는 봐야한다는 의견이다. 2주 정도 유행 추이를 지켜보면서 방역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정부가 열흘을 마지노선으로 설정하면서 방역 스케줄이 꼬여버렸다는 지적이다.

순천향대학교 김탁 감염내과 교수는 "일주일에서 열흘 안에 효과가 나타나기는 이르다"며 "수도권 지역의 4단계 거리두기 효과를 보려면 최소 3,4일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다음주까지 기다리더라도 거리두기 효과를 충분히 보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서울 종로구의 한 거리에서 포장된 점심을 든 직장인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박종민 기자

거리두기 조치의 목적은 국민들의 이동량을 감소시키는 데 목적이 있는데, 이 이동량 감소치가 크게 감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주말 수도권 이동량은 2876만 건으로 직전 주말 대비 5%가 감소하고 2주 전에 비하면 8.6% 떨어지만 비수도권은 반대였다. 비수도권 주말 이동량은 3555만건으로 직전 주말에 비해 0.9% 증가했다. 2주 전에 비하면 5.3% 늘었다.

가천대학교 엄중식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병의 유행 규모를 줄이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이동량을 1/3 정도 줄여야 한다"며 "지난주 질병관리청 발표에 따르면 수도권은 11%밖에 감소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 수준으로는 효과가 미미하거나 나지 않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와 함께 개편된 사회적 거리두기 자체가 방역 조치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본질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가장 강력한 4단계를 실시하더라도 식당과 카페,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영업이 중지되지 않기 때문에 방역에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거리두기 개편 작업이 진행되던 올해 초 델타형 변이 우려가 적었기 때문에 현재 방역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4단계 연장 불가피…오후 6시 이후 모임 셧다운해야


수도권에 처음으로 거리두기 최고 단계인 4단계가 시행된 서울 중구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모습. 이한형 기자

현재 추세로 볼때 전문가들은 다음주부터 적용되는 거리두기 단계를 완화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기존 단계 적용에 따른 효과를 지켜볼 시간이 좀 더 필요한 데다 델타 변이 확산이 심상치 않아 고삐를 쥐어야 한다는 취지다.

엄 교수는 "델타 변이 확산 속도를 고려하면 이번달 말쯤 전체 감염자의 과반수가 변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있다"며 "다음주 단계를 내릴 수는 없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가천대학교 정재훈 예방의학과 교수도 "이 정도의 상황이면 2주 안에 억제할 수가 없다"며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나는 데만 2주가 걸리기 때문에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는 8월 말까지도 4단계에 준하는 조치가 이어져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특히 확진자가 집중된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4단계에 더한 '플러스 알파'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교수는 "상황을 좀 더 봐야겠지만 확산세가 계속된다고 한다면 수도권 지역의 4단계를 연장하는 데 더해 좀 더 강화된 방역조치를 추가로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엄 교수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수도권 지역에 아직도 야간에 모임이 많다"며 "6시 이후에는 모임을 금지하는 셧다운 방침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비수도권에 대한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다수 나왔다.

정부는 앞서 비수도권의 경우 확진자 발생 상황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거리두기 단계 결정을 각 지자체별 판단에 맞긴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전날 0시 기준 비수도권 지역 확진자가 처음으로 500명 선을 넘어서는 등 확산세가 매서운 상황이다. 지난 14일만 하더라도 비수도권 확진자 비율은 25%였는데 급속도로 증가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단계를 4단계로 통일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며 전국적으로 거리두기를 4단계로 통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도 풍선 효과를 고려하면 비수도권에 지나치게 방역 완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위험하다며 수도권-비수도권의 일괄 4단계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번주 유행 추이를 분석한 뒤 늦어도 이번 주말 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발표할 계획이다. 현행 4단계는 26일 종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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