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판결의 계기가 된 댓글조작 사건의 최초 고발을 주도했던 당사자지만, 동시에 '친문' 진영 표심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복잡한 심경이 읽힌다.
추 전 장관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오랜 정치적 동지로서 이번 대법원 판결에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을 느낀다"며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아든 김 지사를 위로했다.
이어 "지난 대선을 주관했고 김 지사에 대한 특검 여부로 고심했던 당시 당대표로서 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김경수 지사의 결백함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추 전 장관 입장이 주목되는 까닭은, 이 사건 실체가 드러나게 된 첫 계기가 애초 그가 이끌던 민주당의 고발이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댓글조작·가짜뉴스 법률대책단은 지난 2018년 1~3월 포털사이트 댓글조작과 가짜뉴스 유포 의심이 드는 사례 494건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고발·수사의뢰 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 댓글조작에 민주당 당원 출신들이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고 의혹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번졌다.
주범인 김동원(필명 드루킹)씨가 김경수 지사에게 댓글조작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전에 시연했다고 증언한 뒤로 여권 핵심 인사가 얽힌 '게이트'로 확대된 것.
추 전 장관은 고발 당시 상황에 관해 "대통령을 모독하거나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바라는 국민적 염원에 찬물을 끼얹는 댓글이 대규모로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신고와 민원이 계속됐었다"고 회상했다.
다만 "대선 승리를 위해 뛰었던 우리 모두는 굳이 그런 비정상적 방식에 관심을 가질 이유도 없었고 조금의 불법도 개입돼서는 안 된다는 의식에 투철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김 지사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며 "원래가 선하고 사람을 잘 믿는 김 지사의 성정상 광신적 지지자 그룹에 베푼 성의와 배려가 뜻하지 않은 올가미가 됐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진실은 아무리 멀리 던져도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믿음을 끝까지 놓지 않겠다"는 김 지사 말을 인용하며 "어떤 방법으로든 실체적 진실이 분명히 밝혀질 날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알려졌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도 특히 각별했기에 여권에서는 '친문 적자'로 꼽혀 왔다.
친문 세력이 여전히 당의 주류를 형성하는 터라 대선 주자들의 '친문 구애' 열기는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
다만 대법원 판결 후 5명의 다른 후보들이 일제히 아쉬움을 표한 뒤에야 추 전 장관이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마지막까지 문안 조율에 고심한 흔적이 역력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