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숭숭' 어설픈 日 버블 방역…도쿄올림픽 괜찮을까[도쿄올림픽]

올림픽 개최도시인 일본 도쿄의 확진자 수가 닷새째 1천명을 기록한 19일 일본 시민들이 시부야역 인근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미국프로농구(NBA) 사무국은 작년 3월 유타 재즈 소속 선수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전격적으로 2019-2020시즌 정규리그 중단을 선언했다.

하지만 애덤 실버 총재를 비롯한 리그 수뇌부는 시즌을 포기하지 않았다.

NBA는 시즌 재개를 위해 2천억원에 가까운 돈을 투자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디즈니월드를 통째로 빌려 '버블'을 형성했다. 그 안에 각 구단의 숙소, 경기장, 연습 체육관 등 다양한 시설을 마련했다.

물방울의 형태가 깨지지 않는다면 그 안쪽 공간은 외부로부터 안전하다.

NBA는 이 같은 아이디어를 채택해 선수단, 스태프, 미디어 등 리그 재개를 위해 필요한 구성원을 '버블' 안에 몰아넣고 약 3개월 동안 외부와 단절시켰다.

'버블' 입성 기준은 까다로웠다.

미디어 관계자의 경우 입성 7일 전부터 스스로 자가 격리를 해야 했고 '버블'에 들어가기 직전에 반드시 음성 판정을 받아야 했다. 입성 이후에도 7일 동안 정해진 시설에서 자가 격리를 한 뒤에야 활동이 가능했다.

시즌이 재개된 작년 7월 LA 클리퍼스 소속이었던 가드 루 윌리엄스는 지인의 장례식에 참석해야 한다는 이유로 '버블'을 빠져나왔다가 애틀랜타 지역의 한 스트립 클럽을 방문해 파티를 즐겼다.

NBA 사무국은 당황하지 않았다. 정해진 프로토콜에 따라 '버블'에 복귀하려는 윌리엄스에게 열흘 동안 자가 격리를 할 것을 지시했다.

당시 미국은 코로나19로 인한 일일 사망자가 1천명을 돌파할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았지만 '버블' 안은 마치 다른 세상 같았다.

NBA는 체계적인 기준과 까다로운 절차를 바탕으로 '버블'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3개월 동안 총 175경기를 치렀고 이 기간에 단 1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았다.

플레이오프 막판에는 외부와의 단절에 지친 선수들을 위해 그들의 가족을 '버블' 안에 초대하는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미리 정해놓은 기준이 확실했고 또 검증을 마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중에서도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다.

NBA의 '버블' 방역은 전 세계 프로스포츠 리그에서 단연 독보적인 성공 모델이었다.

NBA의 올랜도 버블. NBA미디어센트럴 제공


도쿄올림픽 버블 방역에 구멍 숭숭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 대회 조직위원회는 오는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을 위해 '버블' 방역 체계를 마련했다며 자신만만 하다.

발상은 간단명료하다. 선수와 관계자가 입국하는 순간부터 외부와 접촉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버블' 방역은 이미 여기저기서 구멍을 드러내고 있다.

일례로 일본 입국 후 최소 3일 동안 자가 격리를 해야하는 각국 관계자들에게는 하루 15분 동안만 외출이 허락된다. 인근 편의점을 찾아 음식을 사야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편의점에는 격리 중인 관계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반 시민도 그곳을 찾는다. 편의점을 오가는 과정에서도 외부인과 접촉이 불가피하다.

NBA가 마련했던 '올랜도 버블'은 음식점은 물론이고 각종 편의 시설과 오락 시설 모두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경계선 안에 있었다. 완벽한 물방울 형태를 이룬 것이다.

올림픽은 NBA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더 크고 참가 선수들 역시 더 많다. 보다 체계적인 준비와 관리 방법이 마련됐어야 한다.

대회 조직위원회가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브리핑에서는 "확진자 수가 증가했다"는 내용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지난 20일에는 조직위 관계자를 포함해 올림픽 관련 확진자 수가 총 60명 이상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선수단이 19일 일본 나리타 공항 입국장으로 들어서며 환하게 웃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최근 미국 여자 체조 대표팀에서 확진자 1명이 나왔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축구 대표팀에서는 선수 2명과 스태프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단 내에서도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무늬만 '버블'이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의 공중위생연구소 소장을 지낸 시부야 겐지는 최근 로이터통신을 통해 "버블 방역 체계가 어느 정도 붕괴됐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수촌 내 집단 감염, 외부인과의 접촉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일본 정부와 대회 조직위원회가 마련한 까다로운 방역 기준에 적용되지 않는 외부인과 올림픽 관계자의 접촉 가능성은 상당히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최근 델타 변이로 인해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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