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공모한 혐의로 1·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해 21일 대법원이 최종 판단을 내린다. 먼저 유죄가 확정된 '드루킹' 김동원의 댓글조작 프로그램 시연을 김 지사가 참관했는지 등 공모 여부가 오늘 대법원 판단을 가를 쟁점으로 꼽힌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이날 오전 10시 15분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지사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한다. 지난해 11월 항소심에서 김 지사는 징역 2년을 선고 받고 불구속 상태에서 상고심 판단을 기다려 왔다.
특검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드루킹과 경제공진화모임(이하 경공모) 일당의 사무실인 '산채'를 방문해 댓글 순위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의 시연을 참관하고 그 개발과 운용을 허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댓글로 여론을 조작하는 범행(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을 공모하고 그 대가로 김 지사가 드루킹 측에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한 것이다.
1심은 혐의 모두를 유죄로 보고 댓글 조작에 대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며 김 지사를 법정구속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에서는 댓글 조작만 유죄로 인정하고 공직선거법 위반은 무죄로 판단을 바꿨다. 2심 과정에서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김 지사는 이날 상고심까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 왔다.
이날 대법원 재판부의 선택지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①2심 판단을 인정해 상고기각 하거나 ②2심의 공직선거법 위반 무죄를 '유죄'로 파기환송(1심 결론지지) ③2심의 댓글조작 유죄까지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하는 것이다.
①, ②의 결과가 나올 경우 김 지사의 정치생명은 사실상 내리막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공직선거법상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이 실효되지 않은 자'는 대통령·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 등 선거에 출마할 수 없도록 피선거권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①의 경우 김 지사는 이날 징역 2년 실형이 확정돼 바로 수감생활을 해야 한다. 앞서 1심 법정구속 당시 77일간의 수감기간은 남은 형기에서 제외된다. 3년 이상의 징역·금고는 형의 집행을 마친 날부터 5년이 지나야 형이 실효되기 때문에 약 2년의 수감기간을 포함해 이후 형실효(5년)까지 총 7년간은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②의 경우엔 파기환송심에서 한 차례 더 재판을 하게 된다. 두 혐의 모두 유죄를 전제로 재판을 하게 되겠지만, 앞서 1·2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던 댓글조작 혐의에 집행유예가 선고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피선거권은 제한되더라도 김 지사가 일단 실형을 피할 수도 있는 셈이다.
다만 김 지사의 양형 수위를 떠나 공직선거법에 유죄가 최종 확정된다면, '댓글조작'의 대가로 여권 유력인사가 정부 요직을 제안했다는 사실까지 최종 확인되는 만큼 현 정권의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③의 경우 대법원이 김 지사에 대해 전부 무죄 판단을 내리거나, 드루킹과의 공모 혐의에 대해 2심에서의 심리미진을 이유로 재판단을 명할 것으로 보인다. 파기환송심이 남아있는 데다 이미 더불어민주당 대권 경선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김 지사의 무죄가 곧바로 다음 대선 출마로 이어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다만, 김 지사가 차차기 유력 대권주자가 될 수 있는 만큼 현재 진행 중인 대선 국면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 상고심에서 유·무죄를 가를 최대 쟁점은 김 지사와 드루킹의 '공모 연결고리'가 사실로 인정되는지, 그 연결고리가 공모로 인정할 만한 수준인지 여부다. 특검은 2016년 11월 6일 김 지사가 경공모 사무실인 산채를 방문해 직접 킹크랩에 대해 보고받고 시연회를 봤다는 점을 그 근거로 주장하고 있고, 김 지사 측은 "킹크랩에 대해 전혀 보고받거나 보지 못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엇갈린 주장에 2심에서는 김 지사가 당일 산채에서 닭갈비로 식사를 한 후 킹크랩 시연을 참관할 물리적인 시간과 동선이 확보되는 지를 두고 식당 주인이 증인으로 나오는 등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이번 사건의 심리는 당초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맡을 것이란 전망과 달리 소부에서 결론을 내게 됐다. 다만 김 지사 사건을 맡았던 소부 구성은 당초 '김재형·민유숙·이동원·노태악' 대법관이었지만, 지난 5월 대법원이 재판부 구성을 대폭 변경하며 '조재연·민유숙·이동원·천대엽' 대법관 구성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