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주요 기증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가 오는 21일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나란히 개막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에서 시대와 분야를 대표하는 작품 45건, 77점(국보 12건·보물 16건)을 엄선해 전시한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를 19년 만에 일반에 무료 공개하며 김홍도의 회화 '추성부도'(보물 제1393호)도 관객을 만난다. 또 삼국시대 금동불인 '일광삼존상'(국보 제134호), 고려불화 '천수관음보살도'(보물 제2015호), 한글 창제의 결실을 보여주는 조선 초기 서적 '석보상절 권 11'(보물 제523-3호) 등이 전시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을 연다. 기증작 1,488점(한국작가 작품 1,369점+해외작가 작품 119점) 중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 34명의 주요 작품 58점을 먼저 선보인다.
이날 언론 공개 행사에서 만난 박미화 학예연구사는 "기증한 1,488점 중 60% 이상이 20세기 초중반인 근대 작품이다. 이번 전시는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이응노, 변관식 등 한국 근대미술 거장의 초기작과 대표작 등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작품 위주로 꾸몄다"고 말했다.
전시는 △수용과 변화 △개성의 발현 △정착과 모색, 세 가지 주제로 나눠 소개한다.
새로운 문물이 유입되던 일제강점기에 접어들자 조선의 전통 서화도 변화를 모색한다. '수용과 변화'에서는 백남순의 '낙원'(1936년경), 이상범의 '무릉도원'(1922), 변관식의 '무창춘색'(1955), 김종태의 '사내아이'(1929) 등 동서양 회화의 특징이 융합하며 변모하는 과정을 비교감상할 수 있다.
'개성과 발현'은 김환기, 유영국,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등 국민화가 5명의 작품을 모았다. 백미는 단연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1950년대)다. 세로 281.5cm, 가로 567cm 대작으로, 김환기 작품 중 가장 크다.
박미화 학예연구사는 "온 집안을 항아리로 채웠을 만큼 김환기는 항아리를 사랑했다. 항아리를 이거나 안은 반나의 여인들, 백자 항아리와 학 등 이 작품에는 조선 달항아리와 연관된 조형요소가 많다"며 "한국적인 정서, 독특한 색감 등 김환기 작품은 이건희 컬렉션을 대표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중섭의 '황소'(1950년대),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1954), 유영국의 '작품'(1972), 장욱진의 '나룻배'(1951) 등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할 즈음 격동의 시기 화가들의 독창적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정착과 모색'은 전후 복구 시기 국내외에 정착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만든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성자의 '천년의 고가'(1961), 김흥수의 '한국의 여인들'(1959), 이응노의 '구성'(1971), 박항섭의 '가을'(1966), 천경자의 노오란 산책길'(1983) 등을 전시한다.
박미화 학예연구사는 "'천년의 고가'는 15년간 홀로 파리에서 유학한 이성자가 고국에 두고 온 세 아들을 생각하며 그린 작품이다. 붓 터치 하나하나에 그리움이 묻어난다. 이성자의 대표작을 소장하게 되어 뜻깊다. 또 '한국의 여인들'은 구상과 추상을 절묘하게 조화시켰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는 9월 2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는 내년 3월 13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