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8시 55분쯤 전남 여수 시내 사거리에서 차량 탁송차에 치어 숨진 70대 어르신의 언니는 공공근로를 나갔던 여동생이 갑작스런 참변으로 싸늘한 주검이 돼 안치된 장례식장에서 말을 잊지 못한 채 오열했다.
공공근로인 여수시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했던 A씨는 이날 사거리에서 신호를 받고 횡단보도를 지나던 중 갑자기 덮친 탁송차량에 치어 숨졌다.
A씨의 황망한 죽음을 전해들은 유족들은 인근 장례식장을 찾아 A씨의 생전 모습을 기억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A씨의 언니 B씨는 "말수도 없고 점잔하고 참 좋은 사람이었다"면서 "노인일자리 사업에 포함됐다고 그렇게 좋아했는데 이런 변을 당한 줄을 누가 알았겠느냐"면서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하얀 마스크 위로 하염없이 눈물만 흘려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날 사고는 그야말로 갑작스러운 참변이었다. 어르신 예닐곱명은 여수시 노인일자리 보조사업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사업에 참여하던 중이었으며, 오전 8시부터 3시간 동안 사흘 걸러 하루 꼴로 일하고 한달에 27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새벽같이 일어나 여수시를 상징하는 파란색 조끼를 입고 거리에서 쓰레기를 줍고 잔디를 뽑는 등 공공근로를 하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던 중 갑작스럽게 벌어진 사고로 순간에 운명이 엇갈렸다.
이들 중 2명은 탁송차량에 밀려 도로 위에서 세상을 떠났고 다른 동료들도 중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의료기기를 판매하는 서선기(49)씨는 탁송차량이 가게 앞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까지 밀려 내려왔다고 했다. 서씨는 "맨 앞에 가던 어르신은 언능 뛰어서 나가면서 사고를 면했는데 건너오시던 분이나 건나가시던 분은 다 인명피해를 봤다"며 사고 순간을 증언했다.
서씨는 "횡단보도 신호에 공공근로 하시는 어르신들이 중간 정도 건너가셨는데 신호대기하던 상황에서 차를 싣고 다니던 차가 밀리면서 주차된 제 차까지 받았다"며 "어르신들은 행동 반응이 느리다보니 불가항력적으로 피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인명사고가 컸다"고 말했다.
서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던 함종기(55)씨는 사고 당시 천둥 번개가 치는 것처럼 큰 소리가 났다고 말한다.
함씨는 "가게에서 일하다가 천둥번개가 치는 것처럼 엄청 큰 소리가 꽝꽝하고 나서 나와 보니 검은 물체가 넘어왔다"면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람들이 많이 다쳐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함씨는 또 "한재에서 3차선을 타고 내려오던 차가 브레이크가 고장이 났는지 멈추지도 않고 내려와서 우측으로 틀었다"며 "멈추지 않고 오면서 위에서 차가 한 대 떨어지고 그 차가 돌면서 정차했던 차들을 다 밀어버렸다"고 말했다.
이 사고로 보행자 3명이 숨지고, 중상 3명, 경상 6명 등의 인명피해가 났으며,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 12대가 연이어 추돌하면서 파손됐다.
경찰은 탁송차량이 브레이크가 파열돼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운전자 C(41)씨를 긴급체포해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여수시는 사상자 중 노인일자리 참여자 4명이 포함된만큼 장례와 보험금 지급 등 지원 방법과 추가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