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진실' 하루 앞으로…김경수 '드루킹 족쇄' 벗을까

김경수 경남지사. 이한형 기자

이른바 '드루킹 사건'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지사의 대법원 최종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김 지사의 운명의 시간은 대법원 선고가 있는 21일 오전 10시 15분.

2017년 5월 '드루킹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후 4년여 만에 종착점에 이르렀다. 지난해 11월 항소심 판결 이후 8개월여 만이다.

자신의 정치적 운명이 갈리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경상남도의 입장에서는 경남뿐만 아니라 부울경 전체 핵심 사업의 중심타가 흔들리느냐, 동력의 날개를 다느냐가 결정될 시간이어서 도청은 물론 도민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김 지사는 장인상을 치른 경조 휴가 중에도 지난 16일과 19일 도청으로 출근해 델타 변이 확산 등 코로나19 중요 현안을 점검했다. 애초 21일부터 하계 휴가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대확산의 엄중함을 고려해 취소했다.

20일에도 예정된 일정을 소화한다. 울산에서 열린 영남미래포럼에 참석한다. 대법원 선고일인 21일에는 출석하지 않고 오전에 반차를 낸 뒤 관사에서 선고 결과를 차분하게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어떤 선고 결과가 나오든, 창원에 있을 김 지사는 이날 입장을 낼 것으로 전해진다.

도청에서는 1심, 2심때와 달리 더 초조한 분위기다. 최종 결과가 나오는 만큼 향후 도정 운영에도 큰 변화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죄가 나오면 김 지사는 지사직을 잃고 구속된다. 곧바로 도정은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되는 등 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이미 도정은 김 지사 임기 중에 한 차례 권한대행 체제를 겪었다. 2019년 1월 30일 1심 선고 때 법정 구속이 되는 바람이 취임 7개월 만에 권한대행 체제로 바뀌었다. 다행히 70여 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그때의 충격과 파장은 지금과 다를 수밖에 없다.

경남에서는 지방자치 출범 이후 도지사 권한대행 체제 전환은 김 지사 법정구속을 포함해 4차례나 있었다. 2013년 김혁규 전 지사가 한나라당 탈당과 함께 지사직을 중도사퇴했고, 2012년에도 김두관 전 지사가 대권 도전을 위해 직을 내려놨다. 2017년에는 홍준표 전 지사가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하면서 무려 14개월 동안 권한대행 체제가 이어졌다.

이 때문에 도청 내부에서는 "또다시 경남지사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또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하는 악순환이 이어지지 않을까"라며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무엇보다 이제 첫걸음을 뗀 부울경 메가시티 구축을 위한 동남권 광역특별연합은 물론 광역교통망, 가덕도신공항 등과 같은 주요 현안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는 중요한 시점에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나온다.

김경수 경남지사. 경남도청 제공

만약 대법원이 재판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다면 김 지사는 재판을 받으며 임기를 마칠 가능성이 크다. 무죄가 나온다면 '청년이 살고 싶은 더 큰 경남'을 만들겠다는 남은 임기 1년에 대한 구상이 구체화되고, 이미 의지를 밝힌 재선 가도에 파란불이 켜진다.

김 지사는 지난 항고심 선고 직후 "대법원 상고심을 진행하면 (드루킹) 사건의 진실이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사건은 진실과 거짓의 싸움이고 절반의 진실만 밝혀졌다"고 말했다.

항소심은 댓글 조작 혐의만 유죄(징역 2년)를 선고하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김 지사가 말한 '절반의 진실'이 밝혀진 셈이다. 나머지 '절반의 진실'의 결론은 이제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김 지사가 도지사 후보 시절부터 발목을 잡았던 '드루킹 족쇄'를 풀고 정치적 꿈을 펼칠 날개를 다느냐, 꺾이느냐, 21일은 김 지사의 운명의 날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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