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구도가 2강(强) 다약(多弱) 구도로 재편이 되면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선두 자리를 수성하려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를 탈환하려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간의 신경전 또한 수위가 높아지면서 고발 사태로까지 이어질지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뚜렷해진 2强…이슈 블랙홀 된 李 vs 李
당초 예비경선 시작 당시만 해도 1강(이재명 지사), 1중(이낙연 전 대표), 다약 구도였던 민주당 경선 구도가 컷오프를 지나면서 2강 다약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예비경선에서 이 지사가 '원팀'(One team) 정신을 강조하며 평소 스타일과 다르게 선명성보다 포용력에 방점을 두면서 지지율이 다소 주춤한 사이 이 지사에게 공격의 날을 세운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의 의뢰로 지난 16~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9일 발표한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 이 지사는 46.1%, 이 전 대표는 42.2%의 지지율을 얻었다.(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2주 전 같은 조사에서 25.7%p였던 두 후보 간 격차는 이제 오차 범위 이내로 좁혀졌다.
이 전 대표 측은 이 지사의 가볍고 진중하지 못한 언행에 대비해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이 전 대표의 리더십이 차츰 당내에서도 널리 인정을 받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TV토론회에서 여배우와의 스캔들 질문을 받자 "바지를 한 번 더 내릴까요"라고 반문하는 등 이 지사의 언행에 유권자들이 실망한 반면, 이 전 대표는 이를 '이재명 리스크'로 규정하며 적극 공략한 것이 주요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이 지사는 예비경선 후 이른바 '사이다'로 다시 돌아가겠다고 밝히면서 이 전 대표를 향해 "자신의 주변을 먼저 돌아보시라"고 직격하는 등 보다 호전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여론의 관심이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간 신경전에 쏠리면서 내심 2위 자리를 노리던 3위권 후보들의 성적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한 때 '빅(Big)3'로 분류되며 3위를 유지했던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 전 대표와 지지층이 겹치던 호남이 이 전 대표 쪽으로 기울면서 범진보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3.7%를 얻는데 그치며 5위까지 밀려났다.
후발주자이면서도 검찰개혁 등에서 선명성을 보이며 단숨에 3위권을 형성했던 추미애 전 법무장관도 4.8%로 지지율이 낮아졌다.
네거티브 뇌관 '군필원팀'…'텔레방 비방운동' 고발전으로 이어질까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간 상호비방전을 격화시킨 것은 민주당 평당원이 만든 '군필원팀' 그래픽이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이 전 대표를 '군필여당'으로 이 지사를 '미필'로 분류한 것은 물론, 후보들이 함께 참여한 행사 사진 중 이 전 대표, 정 전 총리, 김두관 의원, 박용진 의원이 나온 부분만 잘라내 '군필원팀'이라고 이름 붙인 그래픽이 온라인을 통해 크게 전파됐다.
김두관 의원은 "누구도 장애를 가지고 비하 받아서는 안 된다. 저열한 마타도어를 멈춰 달라"고 비판에 나섰고, 박용진 의원도 "장애로 군에 입대 못한 그 한을 껴안아주는 것이 민주당 정신"이라고 동참했다.
반면 이 전 대표는 과열되는 경선 분위기를 식히기 위한 '3대 원칙 6대 실천방안'을 발표하며 "경쟁 후보에 대한 인신 비방을 삼가야 한다"면서도 이 그래픽에 대해서는 오히려 "평당원의 웹 자보이고 본인이 해명까지 했는데 대선 후보들이 그렇게 계속 시비를 하는 것이 격에 맞는지 의문"이라며 유포자를 두둔하고 경쟁자들을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 유관기관인 교통연수원 사무처장을 지낸 진모씨가 텔레그램 대화방을 운영하며 이 전 대표를 비방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유포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양측의 신경전은 법적인 공방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지사는 "확인해봤는데 경기도 직접 산하기관은 아니고 경기도와 관련이 있는 기관의 구성원이 그런 비방 행위를 했다고 한다. 직위해제했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지만, 이 전 대표는 "위법이냐의 문제"라며 선거법 위반 시 법적인 절차에 돌입할 의사가 있음을 밝히며 맞섰다.
이 전 대표 측은 경기도 산하기관 임직원의 SNS 전수조사까지 요구하면서 이 지사 측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고 있다.
진씨가 텔레그램방에서 어떤 행위를 했는지, 진 씨의 신분이 선거법 적용 대상인지, 대상이라면 해당 행위가 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등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가 각각 진상 규명에 나섰다.
이 전 대표 측은 조사 결과 법위반 행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고발에 나설 의지를 보이고 있어 이 경우 경선판이 법적 책임공방의 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