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제기한 징계 취소소송에 증인으로 나온 현직 검사장이 "윤 전 총장이 당시 정치적 중립성을 지켰는지 보면, 총장 자격이 없다고 본다"고 진술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정용석 부장판사)는 19일 윤 전 총장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청구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행정소송은 당사자 출석 의무가 없어 윤 전 총장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지만, 이날 윤 전 총장 징계와 관련한 당사자인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과 이정현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심 지검장은 지난해 2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주요사건 재판부의 정보를 정리한 문건을 보고받았다. 심 지검장은 이를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에게 전달했고, 지난해 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를 '재판부 사찰'로 규정하며 윤 전 총장 징계 근거 중 하나로 삼았다.
윤 전 총장 측은 "특정 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소속이라는 등의 내용을 대단히 무섭거나 위험한 정보라고 판단했냐"며 "공개된 학술단체일 뿐 아니냐"고 질의했다.
이에 심 지검장은 "영장 기각이나 무죄 선고 시에 나오는 기사를 보면 제목에 '우리법 출신 판사'라고 붙어 있는 경우가 수없이 많다"며 "그걸 (검찰이) 공유해서 본다는 건 악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증인은 단순히 문건을 보고 받았을 뿐인데, 증인이 생각하는 방법으로 재판부를 회유하거나 협박할 수 있다고 단정하는 것이냐"고 지적했지만, 심 지검장은 "해당 문건을 보면 안다. 공소유지에 쓸모 있는 내용이 아니고 '언론플레이'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징계사유인 '채널A 강요미수 사건 감찰무마'와 관련해서도 당시 윤 전 총장이 감찰부가 아닌 인권부에서 진상을 조사하도록 지시한 것은 위법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해당 의혹이 아직 제대로 조사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범죄 혐의를 어떻게 확신했냐는 윤 전 총장 측 질의에 대해서는 "검찰이 1990년대 '범죄와의 전쟁' 때부터 특수수사를 확대해 왔고 법조기자들과 검사 사이에 약 30년간 서로 관계가 형성돼 왔다"며 "'사법농단' 같은 수사 때도 수사내용을 써주고 키워주고 하지 않았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윤 전 총장 측은 "그것은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많이 해왔다는 일반론일 뿐 한동훈 검사장과 채널A 이동재 전 기자가 결탁해 범죄행위를 했다는 것을 어떻게 추정할 수 있냐"고 언성을 높였다. 지난 16일 이 전 기자가 1심에서 무죄를 받은 것 역시 거론했다.
심 지검장은 당시 이 사안을 논의한 대검 부장회의에서도 '보완수사' 의견은 있었지만 '무혐의' 의견은 없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이날 1시간으로 예상됐던 심 지검장 증인신문은 양측이 치열한 공방을 주고 받으며 약 2시간 30분 가까이 이어졌다. 심 지검장은 증인신문을 마치며 "전체적인 징계 과정에서 총장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신뢰 훼손을 가장 중요하게 봤다"며 "그러한 부분에서 총장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주요 사건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 작성·배포 △채널A 사건 관련 감찰 방해 △채널A 사건 관련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등 4가지 사유를 근거로 윤 전 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을 의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