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곳곳에서 이상 기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캐나다와 미국 등 북미 일대에서는 폭염과 산불이 이어졌고, 러시아는 142년 만에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온열 질환에 대한 주의가 요구됐다.
1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미국 워싱턴 포스트,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오리건주에서는 지난 6일 산불 '부트레그'가 발생해 2주일 넘게 화재가 이어지고 있다. 뉴욕시 전체보다 큰 976㎢에 달하는 면적을 태웠고, 산불에서 잿가루가 섞인 연기 기둥이 뿜어져 나와 불구름(화재 적운)을 만들기도 했다. 이는 높이가 10km로 160km 밖에서도 보일 정도다.
화재 적운은 뇌우와 열풍을 동반한 화재 적란운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최악의 경우 불꽃이 회오리 바람을 타고 올라가 불기둥을 만들어내는 '불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 있어 현지 소방당국은 긴장하고 있다. 부트레그 외에도 미국 서부에서만 최소 70여 곳에서 산불이 진행 중이다.
익은 조개 수백만 마리…"전문가 열돔 때문"
폭염 등 이상 기후로 인해 식량 공급 체계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미 농축산업자들은 폭염과 가뭄에 한해를 망쳤다는 탄식을 쏟아냈다. 캐나다에서는 나무에 달린 체리가 계속된 고온에 불에 익힌 것처럼 되거나 바닷가에서 조개 수백만 마리가 열에 익어 폐사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축산업자들은 가뭄 때문에 물과 먹이가 사라져 가축을 기를 수 없게 됐다. 이는 캐나다 100년 농업사에서 전례가 없는 일. 캐나다 프레이저 밸리대 식품농업연구소의 레노어 뉴먼 소장은 "상황이 매년 지속되면 식품 생산은 끝장"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북미 서부지역의 폭염과 가뭄의 원인으로는 '열돔'(Heat Dome) 현상이 지목된다. 열돔은 고기압이 한 지역에 정체돼 더운 공기를 가두는 압력솥 뚜껑 같은 역할을 하며 기온을 계속 끌어올리는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 때문에 대기의 열을 순환시켜주는 제트기류가 교란되며 열돔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졌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러시아 142년 만에 가장 더워…국내도 온열 질환 주의
추운 나라에서도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는 지난달 34.8도를 기록하며 142년 만에 가장 더운 6월을 기록했다. 18일(현지시간) 러시아 연방 시베리아 일대에 대형 산불이 나 50여 개 지역이 연기로 뒤덮이고 야쿠츠크 공항 국내선 여객기 운행도 한때 중단됐다. 현재 피해가 가장 큰 곳은 야쿠티야 공화국으로 하루 사이 187건의 산불이 발생해 1천㎢의 면적이 소실됐다.
아이센 니콜라예프 야쿠티야 주지사는 "최근 150년 동안 가장 건조한 여름을 보내고 있고 6월 기온은 관측 이래 최고"라며 "매일 내려치는 마른번개와 이런 환경이 결합해 산불이 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 주의가 당부된다. 1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이달 17일까지 폭염으로 열사병 등 온열질환자로 신고된 사람은 436명이고, 이 중 열사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6명이다. 이번 주 날씨는 더욱더 더울 것으로 예상되며 20일을 전후해 뜨거운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히는 열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