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청해부대 초유의 중도 귀환…수백명 감염까지 군은 뭐했나

문무대왕함. 연합뉴스

아프리카 인근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에서 승조원 대부분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중도에 귀환하는 군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들은 지난 2월 초 출항했기 때문에 백신을 접종받지 못했다가 최근 현지 항구에서 물자 보급을 하던 중 감염됐다고 추정된다.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해외파병부대에 제때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가 이제서야 후송 작전을 펼치는 데 대해 "'오아시스'가 아니라 '유구무언' 작전이다"는 등 비판이 제기된다. 군 당국은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반박했지만 초기 대응이 너무 안일했던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승조원 301명 가운데 247명 확진…사실상 모두가 감염 노출

국방부 특수임무단이 현지에서 문무대왕함 내부를 방역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19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승조원 301명에 대한 전수검사 결과 이날 오전 8시 기준으로 모두 247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합참은 "현지 보건당국 PCR 검사 결과 301명 가운데 247명이 양성, 50명이 음성, 4명이 판정 불가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특성상 음성 판정을 받았다가 추후 양성 판정을 받을 수도 있어 확진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문무대왕함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아프리카 모 항구에 입항해 보급물자를 실었다. 다음 날 감기 증상 환자가 1명 발생했지만 코로나19 관련 별다른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8일 뒤인 10일에는 환자가 40여명으로 늘었다.

청해부대는 13일에 이들 가운데 6명을 무작위로 뽑아 인근 국가와 협조해 PCR 검사를 했는데, 6명 모두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자는 계속 증가해 17일에는 7명, 18일에는 68명, 19일에는 247명으로 늘었다.

301명 가운데 82%가 확진됐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사실상 승조원 모두가 코로나19 감염에 노출된 셈이다.

이들을 데려올 국방부 특수임무단을 태운 KC-330 '시그너스'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는 18일 오후 1시 40분쯤 현지에 착륙, 청해부대원 301명을 태우고 7시 25분쯤 다시 이륙했다. 이르면 19일 저녁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7월 2일 첫 감기 환자…불확실한 진단키트 결과 믿고 안일 대처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 모두를 국내로 이송하기 위해 급파된 군 수송기가 19일 오후 현지에 도착했다. 국방부 제공
군함은 바다 위에 떠다니며 폐쇄적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외부와 접촉이 없을 때는 감염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지만, 한 번 감염원이 유입되면 질병이 빠르게 퍼지는 경향이 있다.

청해부대에서 7월 2일 첫 감기 환자가 나왔지만 부대에선 코로나19 관련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고, 8일 뒤 환자가 40여명으로 늘자 신속진단키트로 검사를 했지만 모두 '음성'이 나왔다. 부대는 3일 뒤 인접국에 의뢰해 6명을 무작위로 뽑아 PCR 검사를 했고 이들 모두 '양성'이 나왔다.

위음성(양성을 음성으로 잘못 진단) 확률이 높은 신속진단키트가 3일 동안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하게 했다는 비판과 함께, 그 키트조차 일주일 넘게 쓰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오는 이유다.

이들은 백신 접종을 받지 못하고 출항했기 때문에 감기 환자가 나왔다면 더욱 주의를 기울였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국내 첫 접종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2월 8일 한국을 떠났기 때문이다.

"백신 왜 접종 안 했나" 지적에 '어쩔 수 없었다' 해명만

현지 모 항구에 정박중인 청해부대 문무대왕함. 국방부 제공
청해부대는 동아프리카 아덴만 등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물자 보급을 받을 때도 중동이나 아프리카 등 현지 항구를 이용했다. 자연히 방역이 잘 되지 않는 외국과 접촉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국내 접종이 시작된 뒤에라도 백신을 항공편 등으로 빠르게 공급했다면 이런 일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군 당국은 여기엔 이유를 들어 반박했다.

국방부는 16일 오후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최초 백신접종 대상 포함 여부를 검토할 당시, 1) 원해에서 작전임무가 지속되는 임무특성상 아나필락시스 등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발생 시 응급상황 대처가 제한되는 점과 2) 함정 내에서는 백신 보관기준의 충족이 제한되는 점 등으로 현지접종이 곤란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30세 미만 장병은 화이자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데, 지난 6월쯤 화이자 백신 보관 기준이 바뀌기 전까지는 초저온냉동고를 별도로 비치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교대 예정인 청해부대 35진과 현지 교대가 완료된 동명부대의 경우 국내에서 출국 전 예방접종을 완료하였으며, 한빛·아크부대는 UN과 주둔국과의 적극적 군사외교를 통해 현지에서 예방접종을 시행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18일 현지로 출발하는 국방부 특수임무단. 국방부 제공
하지만 6월에 보관 기준이 완화된 뒤엔 왜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냐는 문제가 다시금 제기된다. 일단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19일 브리핑에서 "비행기를 통해서 백신을 보내야 되고, 또 백신의 유통에 대한 문제나 이런 부분들이 어렵다고 판단이 돼서 백신을 공급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미국에서 제공해 예비군과 민방위 대원 등에게 접종한 얀센 백신은 화이자 백신보다 보관이 쉽고 1회로 접종이 끝난다. 해당 백신을 접종했으면 보다 쉽게 접종을 끝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지만 국방부는 여기에도 부정적이다.

국방부는 19일 관련 질문에 "얀센 백신 역시 질병청에서 30세 이상만 접종하도록 제한을 뒀기 때문에 전체 인원 접종을 할 수 없었다"며 "해외로 보낼 경우 별도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군함은 자국 영토로 취급되며 청해부대가 미군을 포함한 다국적군과 협조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까지 생각해 보면 해외반출 협의도 충분히 가능했다. 정은경 청장은 "저희 군인에 대한 접종이기 때문에 제약사와 협의를 해서 백신을 보내는 것은 문제가 없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종합적으로 판단을 해서 검토하고 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무대왕함이 그달 말에 현지 항구에서 보급을 받았다가 감염원에 노출됐다고 추정되는 점을 생각해 보면, 비교적 휴식을 취할 시간이 있는 입항 때 미리 인접국과 협의해 우리 의료진을 보내고 방역조치를 하며 접종을 할 수도 있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결국 바다에 떠다니기 때문에 감염원 유입 우려가 적다는 안일함이 사태를 키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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