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한 주택에서 10대 청소년이 살해당해 경찰이 피해자 어머니의 전 연인을 주범으로 보고 쫓는 가운데 범행 직전까지 피해자가 이 남성으로부터 학대를 당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19일 살인사건 피해자 김모(16)군의 중학교 친구 3명의 말을 종합하면 김군은 올해부터 사건 직전인 7월 초까지 피의자 백모(48)씨로부터 모진 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친구들에게 털어놨다.
백씨가 만취 상태로 집에 찾아와서는 김군과 김군의 어머니를 수시로 폭행했다는 것이다.
특히 친구들은 "백씨가 김군의 머리를 둔기로 내리쳐 김군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또 새벽시간대 백씨가 주택에 침입해 부엌 가스 밸브를 끊고 달아난 적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급기야 이달 초 김군 가족이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경찰은 주택 앞뒤로 폐쇄회로(CC)TV 2개를 달아주고 백씨의 접근을 금지하도록 했지만, 백씨의 살인 범행을 막을 수 없었다.
한 마을 주민은 "이달 초에도 백씨가 집에 찾아와서 행패를 부려 경찰이 온 적 있었다. 김군 만나면 집에 가지 말라고 하려고 했는데, 만나지 못하고 결국 사건이 벌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10시 51분쯤 제주시 조천읍의 한 2층짜리 주택 2층 다락방에서 김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어머니가 김군이 숨져 있는 것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김군의 시신에서 타살 흔적을 확인해 살해당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후 주택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분석해 이날 오후 백씨 등 2명이 집에 드나든 장면을 확인했다.
이들은 주택 담벼락에 올라간 뒤 2층 다락방 창문을 통해 주택에 침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범행 직후 이들은 장갑 등 범행도구를 인근 클린하우스에 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함께 살던 어머니가 외출 중이어서 김군 혼자 집에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곧바로 제주시내에서 이들 중 공범인 김모(46)씨를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나머지 주범 백씨는 추적하고 있다. 백씨는 숨진 김군의 어머니와 과거 연인 관계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백씨의 신병이 확보돼야 정확한 범행 동기가 드러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