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청소노동자 필기시험 사전 인지"…서울대 측 "사실 아냐"

서울대 기숙사 측 "법적 대응 검토"
평행선 달리는 공방…유족 "본질 희석"

지난달 9일 서울대 청소노동자들이 필기 시험을 치르는 모습. 민주노총 전국민주 일반노조 제공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조(노조)가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기숙사) 과장 등이 청소노동자들의 필기시험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기숙사 측은 회의록 자료 등을 근거로 노조의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노조는 18일 '청소노동자 조직적으로 기획해서 집단 괴롭힌 가해자 서울대'라는 자료를 통해 "기숙운영위원들은 연속 2주간 청소노동자들에게 필기시험을 진행할 것임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오전 9시 30분부터 10시 45분까지 기숙사 운영실무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노조는 "이 자리에서 노유선 관장, 남성현 부관장 등은 직장 내 갑질 의혹을 받는 안전관리팀장 A씨로부터 필기시험을 포함한 청소 노동자 회의 관련 내용을 보고 받고 논의했다"고 폭로했다.

또한 "지난달 16일에 열린 같은 회의에서도 노 관장, 남 부관장 등은 필기시험에 대한 내용을 보고받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 17일 청소노동자들의 필기시험 장면을 사진으로 공개했다.

사진에는 보면 청소노동자 9명이 회의실에서 시험을 치는 모습이 담겼다. 벽에 걸린 PPT 화면에는 '제1회 미화 업무 필기 고사'라는 문구가 적혀 있고, '100점 만점, 1번~9번까지 1개 문제당 10점', '점수는 근무성적평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및 유족 등이 7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청소노동자 A씨 사망과 관련해 오세정 서울대 총장을 규탄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노조에 따르면 해당 시험은 지난달 9일 오후 3시 30분쯤 기숙사 900동 회의실에서 예고 없이 치러졌다. 시험엔 '관악학생생활관'을 영어 또는 한문으로 쓰게 하는 문제도 있었다.

서울대 측은 기숙사 이름을 영어·한자 등으로 쓰게 하는 문제에 대해 유학생 많아 필요한 경우 청소노동자들이 안내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또 노조는 입장문에서 기숙사 청소검열이 지난달 22일 하루만 진행될 계획이었으나 23일까지 이틀 동안 실시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4~5명이 몰려 다니며 주변 및 동 내부 청결 상태 등을 점검하는 것은 군대식 청소검열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숨진 청소노동자 이모 조합원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청소검열에 평소보다 노동강도가 훨씬 심하게 일하다 22일 검열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대 기숙사 측은 청소노동자들의 필기시험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기숙사 관계자는 19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시험 관련 논의가 있었으면 회의 결과 보고에 있어야 할 텐데 회의록엔 그런 것이 없다. 시험의 존재도 언론 보도가 있고 나서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또 4~5명이 몰려다니며 군대식 청소검열을 했다는 것도 부인했다. 기숙사 관계자는 "안전관리 팀장이 업무 지시를 하고 나서 청소상태가 좋아졌다고 해 청소검열이 아닌 청소점검을 하러 갔을 뿐이다. 직접 가서 본 건 맞지만 당시 청소 업무 매뉴얼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 정확한 청소 범위를 확인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학교 측과 노조 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사망한 청소노동자 이모씨의 유족들은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모씨의 남편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학교 측이) 본질을 자꾸 희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측 해명대로) 아무도 몰랐던 시험을 치고 회의를 했을 정도라면 조직 관리의 문제가 분명 있는 것"이라며 "사후에 이런 시험을 쳤다고 보고 받았더라도 책임 있는 관리자들이라면 이걸 보고 '갑질 아니냐'고 못하게 했었어야 했다. 말도 안 되는 시험을 쳤느냐고 관리자를 경고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올바른 대응을 촉구하는 시민사회 연서명엔 16일 오후 11시 기준 개인 6663명, 단체 250개가 참여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