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의 한 라디오 방송이 그룹 방탄소년단(BTS)에 대한 인종차별과 비하 발언을 한 뒤 논란이 일자 조롱성 엉터리 사과까지 해 비난을 받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콜롬비아 BTS 팬클럽 소셜미디어와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논란의 라디오 방송은 지난 9일 라메가 채널의 '엘 마냐네로'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진행자인 알레한드로 비야로보스는 신청곡으로 들어온 BTS의 노래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를 틀면서 BTS를 '그 중국인들'(esos chinos)이라고 지칭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돈을 엄청 쏟아부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돈으로) 차트 최상위에 오르고 돈으로 그래미 시상식에 갔다. 돈을 써서 중요한 행사들에 나간 후에 아무 상도 타지 못했다"고 말했다.
BTS의 노래를 신청한 것이 한국대사관일 것이라는 말도 했다.
DJ의 인종차별과 근거 없는 비하 발언이 알려지지 콜롬비아의 BTS 팬들이 분노했다.
팬들은 성명을 내고 방송사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후 방송이 내놓은 '사과'는 팬들의 분노를 더욱 키웠다.
지난 13일 해당 방송에서 진행자는 "우리가 꼭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우리 표현이 조금 거셌다면 그 부분은 사과해야 한다"며 한국어로 '공식 사과'를 하겠다고 말했다.
방송은 그러면서 애국가를 틀었고 이후 번역기에 돌린 듯한 기계음의 한국어로 중남미 음식 엠파나다, 타말과 관련한 의미 없는 문장을 읽었다. 사과 메시지와는 거리가 먼 '아무말'이었다.
심지어 팬들이 올린 영상에 따르면 13일 방송 당시 한 진행자는 '드래곤볼' 가발을 쓰고 욱일기가 그려진 티셔츠까지 입고 있었다.
논란은 더욱 커져 인터넷에는 콜롬비아 안팎의 BTS 팬들을 중심으로 라메가 채널과 DJ 비야로보스에게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콜롬비아인들은 트위터 등에서 한국어로 대신 사과 메시지를 올리기도 했다.
콜롬비아 일간 엘티엠포는 18일 이 논란을 소개하면서 "BTS의 성공은 멤버 각자와 회사의 노력, 팬들의 사랑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BTS가 돈의 힘으로 성공했다는 문제의 발언을 반박했다.
엘티엠포는 아울러 지난 4월 콜롬비아 대규모 시위 때 BTS 등 K팝 팬들이 영향력을 행사했던 점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당시 콜롬비아의 K팝 팬들은 경찰의 시위대 과잉진압을 옹호하는 여론이 조성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트위터 등에서 경찰을 지지하는 해시태그를 K팝 스타들의 사진으로 도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