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무기 제조를 위해 영변 핵시설에서 생산한 고농축 우라늄이 지난해 말까지 540kg에 달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연구원인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이런 분석을 실었다. 38노스는 스팀슨센터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다.
북한은 핵물질을 얻기 위해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을 각각 생산하는 시설을 영변에 두고 있다. 5메가와트 원자로 등에서 추출하는 플루토늄보다는 우라늄농축공장(UEP)에서 생산하는 고농축 우라늄이 북한 핵 프로그램의 근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이노넨은 북한이 작년 말까지 최대 705kg의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지만, 원심분리기 교체 작업 등 다른 요인을 감안할 때 실제 생산량이 540kg에 가깝다고 추산했다.
또 북한의 연간 고농축 우라늄 생산 능력은 핵탄두 6개 정도를 만들 수 있는 150~160kg에 이를 것이라고 봤다.
핵탄두 1개 제조에 필요한 고농축 우라늄의 양은 전문가에 따라 20kg에서 27kg까지 다양하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하이노넨은 북한이 20~27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했다고 본 셈이다.
이번 분석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북한이 지난해 이미 67~116개의 핵무기를 보유했을 것이라고 본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랜드연구소의 지난 4월 보고서와 상당한 차가 있기 때문이다.
랜드연구소 등은 북한이 매년 12~18개씩 추가해 2027년에는 151~242개를 보유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이노넨은 이런 분석의 차이가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생산시설에 대한 가정에서 비롯된 부분이 크다고 설명했다.
랜드연구소 등은 영변 외에 강선, 분강, 서위리 등 3개 지역에 대규모 고농축우라늄 생산시설이 있다고 전제했지만, 하이노넨은 이 시설들이 그 정도 규모가 아니거나 농축공장의 특징을 지니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북한의 핵탄두 보유량과 관련해 영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와 러시아 에너지안보연구소(CENESS)는 지난 14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플루토늄까지 포함해 최대 핵탄두 47개분의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핵탄두 5개 분량의 생산능력을 갖췄다고 분석했다.
스웨덴 싱크탱크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지난 1월 기준으로 작년보다 10개가량 증가한 40~50개로 추정한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북핵에 정통한 미국의 핵 과학자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선임연구원은 지난 4월 38노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지금까지 생산했다고 추정되는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의 양을 고려하면 20~60개의 핵무기를 갖고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45개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라고 말했다.
하이노넨은 이번 기고문에서 북한이 2019년 북미정상회담 때 제시한 연변 핵시설 폐쇄가 성사됐다면 북한의 핵물질 생산 능력을 매우 감소시켜 비핵화 과정의 중요한 신뢰구축 조처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영변 핵시설 폐쇄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북한이 과거 이곳에서 생산한 핵물질 검증을 하기 전에는 UEP 등에 대한 완전한 해체가 이뤄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