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 자본 확충에 나서며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고 있다.
LCC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적자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외부 자금을 확보해 비어가는 '곳간'을 채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해 가장 먼저 자본을 확충한 LCC는 티웨이항공이다. 티웨이항공은 4월 더블유밸류업유한회사를 대상으로 8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했다.
티웨이항공의 올해 1분기 부채 비율은 886%로 지난해 말 503%에서 383%P(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11월 66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했지만, 올해 1분기 지난해 2배인 45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부채가 늘어났다.
티웨이항공은 4월 추가 유상증자를 통해 리스비, 유류비, 조업비 등 운영 자금을 확보하며 부채비율을 410%로 낮추는데 성공했다.
부분 자본잠식에 빠진 제주항공과 에어부산도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제주항공과 에어부산의 자본잠식률은 올해 1분기 기준 각각 28.7%, 34.4%다. 자본잠식은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어지는 상태를 의미하며,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제주항공은 다음달 액면가 5천원의 보통주를 액면가 1천원으로 감액하는 무상감자를 한 이후 2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무상감자를 통해 자본금을 1천924억원에서 384억원으로 줄여 자본 잠식 위기에서 벗어나고, 유상증자를 통해 운영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제주항공은 "자본 잠식 및 관리종목 지정 등 경영 불확실성을 선제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며 "정부에 자금 지원도 요청하겠다"고 설명했다.
에어부산은 10월 2천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앞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올해 각각 800억원과 300억원을 지원받은 바 있다.
자본잠식률이 42.4%에 달하는 진에어도 조만간 자본 확충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진에어 관계자는 "여러 자본 확충 방안을 검토 중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모기업인 한진칼이나 자매사인 대한항공이 진에어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하면 진에어가 대한항공의 자회사가 되는 만큼 대한항공이 진에어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
김포~제주 노선 취항을 준비 중인 신생 LCC인 에어프레미아는 일찌감치 외부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에어프레미아는 올해 3월 글로벌 물류기업 코차이나 박봉철 회장으로부터 6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이달까지 370억원의 투자금을 받았다.
LCC들은 자본 확충 외에도 보유 기재까지 줄이며 고정비 절감에 나섰다. 지난해 각각 28대와 44대의 항공기를 운영했던 진에어와 제주항공은 현재 23대, 41대를 운영하고 있다. 리스 계약이 끝나면 항공기를 반납하고, 당분간 신규 리스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항공기 수를 축소 중이다.
제주항공, 에어부산, 진에어는 12월까지 자본 잠식을 해소하면 관리종목 지정을 피할 수 있지만, 올해에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돼 서둘러 유상증자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재확산도 LCC들의 자본 확충을 서두르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운항이 중단된 국제선 대신 국내선을 확대했던 LCC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선 여객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LCC 관계자는 "연말까지 적자가 이어지면 보유한 현금이 바닥난다"며 "지금이 최악의 상황은 아니지만, 최악을 피하고자 선제적으로 재무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