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망언'에 日 사실상 모르쇠…문대통령 방일 먹구름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 공사. 연합뉴스
한일관계의 악재가 첩첩 쌓이고 있음에도 일본 정부는 별다른 해결 노력 없이 고자세를 유지하면서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한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적색등이 켜졌다.
 
일본 측은 최근 도쿄 올림픽조직위와 방위백서를 통한 독도 영유권 주장에 이어 문 대통령의 방일 여부를 둘러싼 언론 플레이까지 도발적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급기야 지난 15일에는 주한일본대사관 소마 히로히사 공사가 문 대통령에 대해 성적인 모욕을 하는 지극히 무례한 망언으로 가뜩이나 악화된 양국관계를 더 후퇴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이 사건이 알려진지 이틀째인 18일 오후 현재까지도 사실상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는 17일 한국 언론에 보낸 입장문에서 "외교관으로서 지극히 부적절하며 매우 유감"이라며 소마 공사에게 "엄중히 주의를 줬다"고 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지난 17일 오전 외교부 청사로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를 초치했다. 오른쪽이 최종건 1차관. 외교부 제공 photo@yna.co.kr(끝) 연합뉴스
하지만 이는 재발 방지를 위한 가시적으로 응당한 조치를 신속히 취할 것을 요구한 우리 정부의 요구와 현격한 괴리가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17일 홋카이도 방문 중 언론의 질문에 "사안의 상세한 내용은 모르겠다"면서 "주한대사가 공사에게 엄중 주의를 줬다는 얘기는 들었다"고만 밝혔다.
 
비록 휴일이긴 하지만 사안의 민감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면 나오기 힘든 반응이었다. 주재국 국가 원수에 대한 모멸적 언동이란 점에서 국내에선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난 여론이 높다.
 
만약 신속하게 공식 사과하고 소마 공사를 문책했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었지만 일본 측은 그럴 의지나 여유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결국 오는 23일 도쿄 올림픽 개막까지 닷새밖에 남지 않은 문 대통령의 방일 여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일 양국은 문 대통령의 방일과 한일정상회담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왔지만 별다른 절충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전혀 뜻밖의 악재가 돌출한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소마 공사 망언을 문 대통령의 방일과 반드시 결부시킬 필요는 없지만 국민감정을 생각할 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청와대와 외교부는 한일관계 복원을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끝까지 외교적 노력을 지속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실적으로 남은 시간이 촉박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방일 관련 일본과의 교섭 상황 등에 대해 "이전과 마찬가지로 확정된 것은 없다"며 "마지막까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열린 자세로 임하고 있다. 회담 성과에 대한 일본 측의 성의있고, 전향적인 답변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에 입국하는 외국인에 대한 '3일 자가 격리'를 감안하면 문 대통령 수행단과 취재진 입국은 아무리 늦어도 20일까지 마무리돼야 한다. 이를 역산하면 문 대통령의 방일 결정과 통보가 19일 중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정부 안팎에선 19일 오후 예정된 문 대통령과 김부겸 국무총리의 주례회동이나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따라서 일본 정부가 휴일이 지난 이날 오전까지도 최소한의 성의 표시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문 대통령으로선 방일을 관철할 명분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오는 20일 도쿄에서 한일 외교차관회담이 열리고 21일에는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로 이어져 고위급 소통의 기회가 남아있긴 하지만 극적 반전을 꾀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점이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