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을 겨냥한 여권의 집중 공세 사안이었던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사건'이 무죄 판결로 귀결되면서 공세의 선봉에 섰던 이들에 대한 책임론이 불가피해 보인다.
아직 1심 판단이기는 하지만 이 사안을 '검언(檢言)유착'이라고 일찌감치 단정 짓고 감찰‧지휘권 행사를 통해 각종 파열음을 불렀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추 전 장관의 행보에 발을 맞췄던 이성윤 서울고검장에게도 후폭풍이 집중될 전망이다.
秋 '검언유착' 선언 고리 삼아 尹 겨냥 '최대 공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장관 재직 초기부터 이 사건을 고리 삼아 사실상 '윤석열 저격수' 역할을 자처했다. 검찰개혁 구호를 앞세워 그가 강경조치를 단행하면, 여권이 힘을 싣는 구도가 한동안 이어졌다. 추 전 장관은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지난해 6월27일 "문제는 검언유착"이라며 이 사건 성격을 규정지었고, 그보다 이틀 앞서서는 의혹의 당사자라는 이유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직접감찰 방침을 공표한 뒤 직무배제 조치까지 단행했다. 검찰 내부에선 너무 섣부른 조치라는 비판론이 제기됐지만, 법무부는 법리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추 전 장관은 같은 해 7월2일에는 윤 전 총장의 이 사건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결정을 '측근 한동훈 감싸기'라고 보고,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 '검언유착 의혹을 뒷받침하는 여러 증거들이 제시된 상황'이라는 점을 수사지휘의 근거로 삼았다. 이 수사지휘를 기점으로 여권 핵심부에서는 '윤석열 사퇴론'이 분출했다.
그러나 지휘 한 달 뒤 중앙지검 수사팀이 내놓은 수사 결과에는 핵심인 '유착'이 빠졌다. 수사팀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의 유착 의혹 당사자로 지목된 한동훈 검사장의 공모 혐의는 밝혀내지 못한 채 '반쪽 공소장'으로 이 전 기자를 재판에 넘겼다. 이때도 추 전 장관의 무리한 지시를 지적하는 책임론이 검찰 안팎에서 제기됐다. 하지만 추 전 장관은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검찰에 제공하지 않아 수사 교착 상황이 이어지는 것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피의자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법' 추진을 언급했다가 진보진영 내부에서조차 '반(反)헌법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추 전 장관은 그해 11월엔 이 사건 감찰‧수사 방해를 주된 근거 삼아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를 추진하면서 공세 수위를 최대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법원은 12월 윤 전 총장이 제기한 징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추 전 장관이 문제 삼은 채널A 사건 대목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1차 판단을 내렸다.
秋 행보 발맞춘 이성윤과 정진웅…'육탄압색' 논란에도 영전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수사팀장이었던 정진웅 부장검사는 일련의 추 전 장관 강경 행보에 발을 맞추며 마찬가지로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들은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놓고 대검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독립수사를 보장해 달라'는 취지로 공개 입장을 냈고, 윤 전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한 추 전 장관의 지휘로 이어졌다. 이를 계기로 윤 전 총장과 이 지검장 간 통상적인 대면보고조차 사라지는 등 극심한 갈등상이 연출됐다.
수사팀은 강제수사 과정에서 수차례 '위법 수사' 비판을 자초했다. 한동훈 검사장 압수수색 과정에서 정 부장검사가 독직폭행을 했다는 '육탄 압수수색' 논란이 대표적이다. 수사팀은 이 전 기자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도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원으로부터 압색 처분 취소 결정을 받기도 했다. 이런 무리한 수사의 배경에는 이 지검장의 '성과 압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이 전 기자 기소 후 교체된 수사팀에서는 수차례 '한동훈 검사장 무혐의' 결재 보고를 올렸지만, 이성윤 지검장은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추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한 검사장 휴대전화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주된 이유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후배 검사들과도 갈등을 빚었던 이 지검장은 최근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했고, 정 부장검사도 지난해 8월 차장검사로 승진했다. 정 차장은 한 검사장 독직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반면 기소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직무배제를 당했던 한 검사장은 아직까지도 한직을 전전하고 있다.
이처럼 지난 1년 넘게 여권 대 '윤석열 검찰'의 핵심 갈등사안으로 작용해 온 이른바 '채널A 사건'에 대해 16일 1심 무죄 판결이 나오자 의혹의 당사자들은 물론, 법조계에서도 '공격수'들에 대한 책임론이 터져 나왔다. 이 전 기자는 "이성윤 당시 중앙지검장 지휘 하에 무리한 수사가 진행됐다"며 "검찰과의 연결고리를 억지로 만들어내기 위한 폭력 수사, 법리와 증거를 도외시한 구속 수사 등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검사장도 "'검언유착'이라는 유령 같은 거짓선동, 공작, 불법적 공권력 남용이 철저히 실패했다"며 "조국 수사 등 권력 비리 수사에 대한 보복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추 전 장관과 이 고검장 등을 언급하며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여권 일각에선 아직 1심의 판단일 뿐, 무죄가 확정된 건 아니라는 논리도 고개를 드는 가운데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그런 논리라면 섣불리 강도 높은 조치도 해서는 안 됐다. 그간의 갈등에 대해 책임을 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