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입당으로 경선버스 출발의 명분 확보와 함께 재난지원금 번복 사태로 인한 흔들리는 이준석 대표의 위기 탈출 등 일석삼조(一石三鳥)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지지율 급락으로 적신호가 켜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광주 5‧18 국립묘지 참배를 계기로 중도층 확장을 통한 반전을 노리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이 지난 15일 장외 '블루칩' 대선주자인 최 전 원장이 자당에 합류하자 천군만마를 얻은 듯 한껏 들뜬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야권 대선주자들이 경쟁할 수 있는 '플랫폼'을 자처했는데 최 전 원장의 입당을 선택하며 당초 구상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경선 과정에서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게 입당을 촉구했지만, 결국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안 대표는 막판 단일화 승부를 벌였다. 결과적으론 오 후보가 승리하며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당 바깥 주자와의 막판 후보 단일화는 사전에 피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측면에서 최 전 원장의 조기 입당이 적어도 국민의힘 중심으로 '경선 버스'를 출발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이 마련된 셈이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 번복 논란으로 코너에 몰린 이 대표도 최 전 원장의 입당으로 위기를 모면하게 됐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회동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했다가 당 내 반발이 일자 재차 번복하는 등 '갈팡질팡' 행보를 보인 바 있다. 당 내에선 예산편성 권한을 쥔 원내 지도부와 사전 협의도 없이 이 대표가 독단적으로 협상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해당 논란이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은 가운데 공교롭게도 최 전 원장의 입당을 택하면서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당내 한 수도권 초선의원은 16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이 대표가 사실 취임 후 최대 위기에 몰렸는데 최 전 원장 이슈가 터지면서 탈출했다"며 "계획한 건 아니겠지만 이 대표가 최 전 원장에게 도움을 받은 모양새가 됐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 입장에서도 장외 유력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과의 차별화를 위해선 조기 입당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게 중론이다. 윤 전 총장이 박근혜 정권 시절부터 시작해 지난 2019년 조국 사태를 계기로 본격 인지도를 높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 전 원장이 장외에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최 전 원장은 오는 17일 제헌절을 앞두고 이날 별도 입장문에서 "헌법에 충성하고 국민을 섬기겠다"며 "우리 헌법이 제왕적 대통령제이기 때문이 아니라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제를 제왕적으로 운영해왔기 때문"이라며 개헌 논의에 선을 그었다.
최근 지지율 급락 사태로 시련을 겪고 있는 윤 전 총장은 오는 17일 광주를 방문해 5‧18국립묘지 방문과 유가족 간담회 등을 진행한다. 지난 5일 민심탐방 첫날 행선지로 광주를 계획했지만 내부 혼선 등으로 일정이 취소된 바 있다. 윤 전 총장이 그동안 '탈원전 때리기'와 '안보' 등 반문(반문재인) 행보에 무게를 두면서 호남과 중도층 표심이 대거 이탈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광주 방문은 5‧18 민주화운동에 제헌절의 의미를 담은 차원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 캠프 측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5‧18 민주화운동 역시 결국 헌법 질서를 지키기 위한 과정이었단 점에서 제헌절을 맞아 광주를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호남 행보를 시작하는 동시에 DJ정권에서 장관을 역임한 김영환 전 의원은 이날 윤 전 총장 캠프 사무실이 있는 광화문 이마빌딩을 방문해 자발적 지지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여전히 윤 전 총장이 정권교체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TK 지역 의원은 통화에서 "대구, 경북 지역 여론은 보면 윤 전 총장 지지율이 엄청나게 떨어지지 않는 이상 다른 대안은 없다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며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 후보 카드 중에선 윤 전 총장이 아직은 대세"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밖에서 머물며 막판 단일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내가 윤 전 총장이라고해도 (국민의힘 경선) 버스를 타려고 노력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부터 조심하며 (이전과) 다르게 하면 다소 지지도도 오를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버스 탈 이유가 없어진다"고 전략 변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국민의힘 경준위는 이날 회의를 열고 오는 9월 추석 전까지 컷오프를 통해 대선 경선후보를 3~4명으로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