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금융다단계' 혐의로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QRC뱅크 A(40) 대표가 3년 전 똑같은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당시 피해액은 수천만원 수준이었지만 집행유예로 풀려난 A 대표는 범행 대상을 조선족·탈북민 등으로 넓혔고, 2년도 채 되지 않아 피해 규모는 수천억원으로 늘어났다. A 대표는 경찰 수사에도 아랑곳없이 투자자들을 모으고 있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A 대표는 지난 2018년 6월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유사수신 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유사수신행위법)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A 대표와 공범으로 재판에 넘겨진 B씨에게는 실형 8개월이 선고됐다. A 대표는 불법 유사수신 업체에서 투자자 모집책 역할을 했고, 이들에게 사기를 친 주범은 B씨였다.
판결문에 따르면 B씨는 2016년 피해자 3명에게 "곧 새만금 사업이 시작되는데 그곳 인부들의 보험을 가입 시키고 수수료를 받아 큰 돈을 벌 수 있다"며 "투자하면 3개월 후 이자 20%와 원금 전액을 함께 돌려주겠다"고 속여 5천여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B씨는 당시 수수료를 받을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새만금 개발사업 역시 시행 여부 자체가 불분명한 상황이었다.
재판부는 B씨에게 사기 등 동종 전과 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했다.
반면 A 대표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재판부는 "B와 공모해 피해자들로부터 상당한 액수의 돈을 받았는바, 그 책임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다만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하며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일부 피해액을 변제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A 대표의 반성은 잠시 뿐이었다. 집행유예로 풀려난 그는 작년 4월쯤 QRC뱅크를 설립한 뒤 본격적으로 돈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이후 2년도 채 되지 않아 피해자 5천여명, 피해액 수천억원에 달하는 사기 행각으로 확대했다.
A 대표와 그 일당은 "매일 투자금의 일정 비율을 수익금으로 주겠다"고 속여 돈을 끌어모았다. 가상화폐 발행 등 여러 사업을 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나중에 투자한 사람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의 수익금을 주는 '돌려막기' 수법이었다.
특히 A 대표는 주로 탈북민이나 조선족 등 경제 취약계층을 타겟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전체 피해자 중 이들의 비율이 약 70%에 달한다는 자체 조사도 있는 상황이다.
현재 A 대표와 QRC뱅크 등 4개 회사의 임직원 등은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및 사기 혐의로 입건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3월 25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A 대표는 경찰에 법인 통장 등을 빼앗긴 상황에서도 일부 직원들의 개인 통장을 이용해 계속해서 투자금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