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산재 TF 소속 이해식·이탄희·장철민 의원은 15일 오전 서울대 행정관 4층 대회의실에서 오세정 서울대 총장, 서은영 학생부처장 등을 만나 사건 관련 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이탄희 의원은 "전날 상임위원회에서 이 사건 관련 논의를 했는데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세상을 보는 것 같았다"며 "서울대가 하나의 설국열차 같다. 두 개의 서로 다른 기차 칸에서 살면서 다른 칸의 상황이 어떤지 전혀 모르고 사는 것 같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밝혔다.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사건을 두고 학교 측과 유족·노조 측의 증언이 엇갈리는 걸 두고 한 말로 해석된다.
학교 측과 질의응답을 마친 민주당 의원들은 청소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된 서울대 925동 여학생기숙사 휴게실을 방문한 뒤 유족·노조 측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학생들은 외부인의 기숙사 휴게실 방문 소식에 우려하는 반응을 보였다. '관악사(서울대 기숙사) 자치회'는 "외부인 출입 제한을 강화해 달라"며 연서명 진행에 나섰다. 코로나19 확산세 속에 연이은 정치권 인사들의 방문에 거부감을 표한 셈이다.
자치회는 "청소노동자 사망사건과 관련 국회 민주당 산재 TF 소속 국회의원 등 8명이 925동 내부 휴게실로 방문할 것이라 공지됐다"며 "명백한 사생들의 생활공간에, 사생들의 동의 없이 외부인이 출입한다는 것에 많은 분이 불편함을 느끼실 것이라 예상한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해지는 시기에 감염에 대한 우려도 감출 수 없다"며 "기숙사의 외부인 출입 제한을 강화해 사생들의 주거권을 보장하고자 연서명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소노동자 사건의 진상규명을 진심으로 바라며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숨진 청소노동자의 남편 이모씨는 간담회에 참석해 "학교 측은 본질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해서 가족과 저희 마음을 찢어 놓았다"며 "어제까지는 학교에서 공정한 조사가 이뤄질 거라고 믿었지만, 이제는 (조사를) 거부한다. 오늘부터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존재를 얘기하는데 학교 측은 '소유'를 말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저희 가정이 억지를 부리고 노조를 개입시켜서 학교에서 받아낼 수 없는 걸 우격다짐으로 받아내려는 모습으로 비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희 부부는 형편이 괜찮았지만 모든 재산 정리하고 지난 15년간 몽골로 봉사활동을 갔다. 그곳에서 빵 공장을 인수해서 가난한 사람, 정신병원 수용 환자들 그런 사람들을 돕는 삶을 살았다"며 "학교 측의 태도는 (저희의) 15년 인생 전체, 가족 전체를 멸시하고 부정하는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일반노동조합(노조)은 "인권센터에서 조사하는 것은 '셀프 조사'로 전혀 공정성이 없다"면서 "학생처장이 사임했지만, 수장의 인식이 그렇다면 실무자 인식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노조는 이날 청소노동자들이 봤다는 2차 시험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시험지엔 '현재 속해 있는 조직 명칭을 한자로 영어로 작성하라', '건물의 준공연도'를 묻는 문제가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직무와 관련 없는 명백한 갑질"이라며 "가해자들은 고인은 1등이었으므로 문제없다고 핑계가 되나, 1등도 경쟁이나 시험에 거부감이나 공포감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고인의 동료였던 한 청소노동자는 "그날 (고인이 사망한 날) 따라 유독 힘들어 보였다. 퇴근 전에 만났는데 1시간이라도 말벗을 해줬으면 달라졌을까"라며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