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고, 그 임기는 4년으로 하며, 1차에 한해 중임할 수 있다.'(헌법 98조 2항).
헌법은 감사원의 구성, 감사원장과 감사위원들의 임기 등을 명시하고 있다. 감사원이 행정부 감찰의 최고 기관으로서 그만큼 정권으로부터의 독립성, 중립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감사원장에 대해서는 탄핵 결정이나 금고 이상의 형 등을 제외하고는 당사자의 뜻에 반해 면직되지 않도록 감사원법에 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모바일 입당원서를 작성한 뒤 입당 소감을 밝히고 있다. 윤창원 기자 그러나 15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원장직을 내려놓은 지 17일 만에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국민의힘은 평당원 자격인 최 전 원장의 입당에 환영식까지 열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입당 절차를 공개하기도 했다. 반면
헌법을 무색하게 만든 최 전 원장의 행보에 국민의힘을 제외한 정당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입당 배경과 관련해 정당정치를 존중하는 취지의 최 전 원장 발언도 소용이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김진욱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은 민주주의의 핵심적 가치인데, 최 전 원장이 이를 심대하게 훼손하고서 국민의 대표가 되겠다니 참담하다"며 "
최 전 원장은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켜야 할 장본인이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이동영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중도사퇴하고 대선에 출마하면서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킨 데 대해 적어도 입당 전에 책임 있는 사과를 먼저 했어야 한다"며 국민의힘에도 "책임있는 입장을 밝혀야 할 의무가 있다"고 꼬집었다.
대선을 앞두고 경쟁상대라 할 수 있는 타 정당의 비판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교양학부)는 "사정기관 출신들이 바로 대선에 나온다는 건 그 자체로 바람직하지 않지만,
최 전 원장의 경우 윤석열 전 검찰총장보다 더 나쁜 사례"라며 "검찰총장의 임기는 검찰청법에서 정하고 있지만, 감사원장 임기는 헌법에 명시될 정도로 독립성과 중립성이 요구되는, 위상이 다른 자리"라고 지적했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안되도 상식적으로나 정치적으로는 큰 문제"라면서 "
얼마나 큰 문제가 될지는 결과적으로 국민들이 판단하게 될 테지만, 어떤 명분이 헌법기관 수장의 이같은 선택을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황진환·박종민 기자 윤 전 총장과 비교했을 때, 준사법기관장인 검찰총장과 헌법기관장인 감사원장의 위상이 다르다는 것 외에 정치 참여의 명분에 있어서도 최 전 원장이 설명해 내야 할 게 많다는 지적도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
윤 전 총장의 경우, 현 정권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징계를 받는 등 핍박을 받는 측면이 있었고 그 부분을 국민들도 계속 봤지만 최 전 원장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며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절하 조작 감사를 놓고 현 정권과 충돌한 게 드러난 전부"라고 말했다. 정권에 각을 세웠던 사안 하나가 정치 참여의 배경이라면, 최근 전국민재난금 이슈를 두고 야당과 치열하게 다투는 과정에서 수모를 겪고 있는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대선에 나올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다만 이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최 전 원장이 국민들의 기대를 받으며 지지율 상승을 이어간다면, 최 전 원장의 이날 국민의힘 입당 등 대선행보가 결국 현 정부의 실책 때문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을 수밖에 없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
당연히 비정상적인 상황이지만, 궁금증은 곧 이런 상황이 왜 만들어졌냐로 이어진다"며 "오죽하면 헌법기관의 수장이 더 이상은 안되겠다며 대선판에 뛰어드는 상황이 됐겠냐고 했을 때 할 말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