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Y 폭로' 신빙성은…경찰 내부 "수사 물타기일 뿐"

'가짜 수산업자' 김모 씨로부터 금품 등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은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13일 오후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가짜 수산업자'로부터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이동훈 전 윤석열 캠프 대변인(조선일보 전 논설위원)의 '정권 공작' 발언을 두고 경찰은 '법과 절차에 따라 수사할 뿐'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오며,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른바 'Y 폭로' 이후 수사에 정치적 해석이 덧붙여지는 상황은 경찰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 전 대변인 주장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 지에 따라 파장의 크기가 좌우될 것으로도 예상된다.

이동훈의 'Y 폭로'…경찰 내부에선 '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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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수산업자'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지난 13일 이 전 대변인의 발언과 관련, "경찰은 법에 정해진 절차대로 수사를 진행해왔고 앞으로도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표면상으로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지만, 내부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끊이지 않는 분위기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 방향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물타기' 시도로도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 전 대변인은 전날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취재진을 만나 "여권·정권의 사람이 찾아와 Y(윤석열 전 총장)를 치고 우리를 도우면 (금품 수수 사건을) 없던 일로 만들어주겠다는 말을 했다"며 "경찰과도 조율이 됐다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안 하겠다, 못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제 얼굴과 이름이 언론에 도배가 됐다. 윤 (전) 총장이 정치 출마 선언하는 그날(6월 29일)이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라고도 했다.

발언을 그대로 보면, 여권·정권 관계자가 윤 전 총장을 겨냥하기 위해 이 전 대변인에게 손을 내밀었고, 협조한다면 혐의를 벗게끔 경찰과 조율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편으로는 여권·정권 관계자와 경찰이 이미 윤 전 총장을 수사 대상으로 조준한 가운데, 이 전 대변인에게 일종의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도)를 제안했다는 뜻으로도 보인다.
 
경찰 내부에서는 '둘 다 말이 안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오히려 이 전 대변인이 언급한 '시점' 자체가 주장의 신빙성을 떨어트린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김씨의 뇌물 수수 의혹 사건은 지난 4월 초 김씨 진술로 수사를 시작한 것"이라며 "윤 전 총장 정치 출마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라고 일축했다.

이동훈 발언 '신빙성'은…의심의 눈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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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변인의 발언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변인이 수사를 받는 불리한 입장에 놓인 점에 비춰 '스피커'의 신뢰도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 전 논설위원은 현직 기자로 재직 중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로부터 중고 골프채 등을 받은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를 받는다.

그는 자신의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지난해 8월 15일 골프 때 김씨 소유의 캘러웨이 중고 골프채를 빌려 사용했다"며 "이후 저희 집 창고에 아이언 세트만 보관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풀세트를 선물로 받은 바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 드린다"고 덧붙였다. 골프채 풀세트를 안 받았지만 '아이언 세트'는 집에 보관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이 전 대변인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만큼, 여권과 경찰이 유착해 사실상의 '플리바게닝'을 시도했다는 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나온다. 처벌이 경미한 수준인 청탁금지법 위반 건과 윤 전 총장과 관련한 건을 거래하기에는 '급'이 안 맞는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이 전 대변인이 언급한 '여권·정권 인사'의 실체도 의문점이 가득한 상황이다. 여권을 대표해 윤 전 총장을 겨냥하고, 경찰 수사 라인을 좌우할 만한 힘을 가진 인사인 지 물음표가 붙는 셈이다.

이 전 대변인 발언 직후 "충격적인 사안"이라며 즉각적인 진상 규명을 언급했던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도 다음 날 KBS라디오에서 "뭔가 구체적인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이 전 기자 측에서 상당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야권 한 관계자는 "이 전 대변인과 여권 인사에 대한 신뢰도에 일단 의문을 품는 시각이 상당하다"라고 밝혔다.

결국 각종 해석과 궁금증을 몰고 온 이 전 대변인이 '추가 폭로'를 통해 주장의 신빙성을 입증할 지 주목되는 양상이다. CBS노컷뉴스는 이 전 대변인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경찰은 수사에 그대로 집중하는 모습이다. 조만간 또 다른 피의자들에 대한 소환과 김씨의 '선물 리스트'에 포함된 추가 입건자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김씨로부터 포르쉐 렌트카를 제공받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에 대한 수사는 아직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앞서 경찰은 국민권익위원회에 박 전 특검이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에 해당하는지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권익위는 내부적으로 공직자로 결론을 내렸지만, 박 전 특검이 "공직자가 아닌 공무수행 사인(私人·일반인)"이라고 주장하며 추가 의견서를 제출함에 따라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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