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Y 폭로' 이후 수사에 정치적 해석이 덧붙여지는 상황은 경찰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 전 대변인 주장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 지에 따라 파장의 크기가 좌우될 것으로도 예상된다.
이동훈의 'Y 폭로'…경찰 내부에선 '황당'
표면상으로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지만, 내부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끊이지 않는 분위기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 방향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물타기' 시도로도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 전 대변인은 전날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취재진을 만나 "여권·정권의 사람이 찾아와 Y(윤석열 전 총장)를 치고 우리를 도우면 (금품 수수 사건을) 없던 일로 만들어주겠다는 말을 했다"며 "경찰과도 조율이 됐다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안 하겠다, 못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제 얼굴과 이름이 언론에 도배가 됐다. 윤 (전) 총장이 정치 출마 선언하는 그날(6월 29일)이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라고도 했다.
발언을 그대로 보면, 여권·정권 관계자가 윤 전 총장을 겨냥하기 위해 이 전 대변인에게 손을 내밀었고, 협조한다면 혐의를 벗게끔 경찰과 조율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편으로는 여권·정권 관계자와 경찰이 이미 윤 전 총장을 수사 대상으로 조준한 가운데, 이 전 대변인에게 일종의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도)를 제안했다는 뜻으로도 보인다.
경찰 내부에서는 '둘 다 말이 안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오히려 이 전 대변인이 언급한 '시점' 자체가 주장의 신빙성을 떨어트린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김씨의 뇌물 수수 의혹 사건은 지난 4월 초 김씨 진술로 수사를 시작한 것"이라며 "윤 전 총장 정치 출마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라고 일축했다.
이동훈 발언 '신빙성'은…의심의 눈초리
이 전 논설위원은 현직 기자로 재직 중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로부터 중고 골프채 등을 받은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를 받는다.
그는 자신의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지난해 8월 15일 골프 때 김씨 소유의 캘러웨이 중고 골프채를 빌려 사용했다"며 "이후 저희 집 창고에 아이언 세트만 보관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풀세트를 선물로 받은 바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 드린다"고 덧붙였다. 골프채 풀세트를 안 받았지만 '아이언 세트'는 집에 보관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이 전 대변인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만큼, 여권과 경찰이 유착해 사실상의 '플리바게닝'을 시도했다는 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나온다. 처벌이 경미한 수준인 청탁금지법 위반 건과 윤 전 총장과 관련한 건을 거래하기에는 '급'이 안 맞는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이 전 대변인이 언급한 '여권·정권 인사'의 실체도 의문점이 가득한 상황이다. 여권을 대표해 윤 전 총장을 겨냥하고, 경찰 수사 라인을 좌우할 만한 힘을 가진 인사인 지 물음표가 붙는 셈이다.
이 전 대변인 발언 직후 "충격적인 사안"이라며 즉각적인 진상 규명을 언급했던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도 다음 날 KBS라디오에서 "뭔가 구체적인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이 전 기자 측에서 상당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야권 한 관계자는 "이 전 대변인과 여권 인사에 대한 신뢰도에 일단 의문을 품는 시각이 상당하다"라고 밝혔다.
결국 각종 해석과 궁금증을 몰고 온 이 전 대변인이 '추가 폭로'를 통해 주장의 신빙성을 입증할 지 주목되는 양상이다. CBS노컷뉴스는 이 전 대변인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경찰은 수사에 그대로 집중하는 모습이다. 조만간 또 다른 피의자들에 대한 소환과 김씨의 '선물 리스트'에 포함된 추가 입건자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김씨로부터 포르쉐 렌트카를 제공받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에 대한 수사는 아직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앞서 경찰은 국민권익위원회에 박 전 특검이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에 해당하는지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권익위는 내부적으로 공직자로 결론을 내렸지만, 박 전 특검이 "공직자가 아닌 공무수행 사인(私人·일반인)"이라고 주장하며 추가 의견서를 제출함에 따라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