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 총장은 지난 12일 최 명예교수와 서울 한 식당에서 만나 대담했다고 윤 전 총장 측이 14일 전했다. 최 명예교수가 진보 진영의 학자로 분류되는 만큼, 그가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발언을 한 것과는 별도로 윤 전 총장의 행보가 그간 '대놓고 반문(재인)'에서 넓어진 셈이다.
윤 전 총장 측이 보내온 대담 내용에 따르면 최 명예교수는 "자유시장경제에서는 자유주의를 상층 부르주아지가 발전시킨 이념이었다는 것을 약점으로 염두에 두면서 접근해야 한다"며 "자유주의는 반드시 다원주의를 동반해야 하며 노동·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공감을 표하고 "존엄한 삶에 필요한 경제적 기초와 교육의 기회가 없다면 자유는 공허하다"면서 "자유시장경제가 건강하게 작동하기 위해선 기업이 공정한 경제 질서를 헝클어뜨리는 행위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시장독점을 막기 위해 도입된 19세기 미국의 반독점법 사례를 들기도 했다.
최 명예교수는 시장경제 내에서 자유주의가 '경쟁할 자유' 쪽에만 방점을 두고 경쟁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만들어 내니, 사회경제적 약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한 것이다. 여기에 윤 전 총장은 "크게 공감한다"고는 했지만 스스로의 발언처럼 시장이 '건강하게 작동'해도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소외 현상에 대해서는 '경제적 기초와 교육의 기회'가 필요하다는 정도로만 답했다.
특히 최 명예교수가 '다원주의'까지 언급하며 다양한 계층의 상황과 입장이 공존해야 된다는 취지로 발언을 했지만, 윤 전 총장은 '자유시장경제'를 말하는 등 시장자유주의에 방점을 두고 자신의 생각을 길게 이야기했다는 게 눈에 띈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주의적 다원주의의 공백을 채우는" 역할을 보수가 잡고 갈 수 있다는 최 명예교수의 격려에 윤 전 총장은 "새로운 기술혁명시대의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학 기술과 경제 사회 제도의 혁신과 자유주의 정신이 필수"라며 "창의와 혁신은 자유주의를 근간으로 공정과 상식, 법치의 자양분을 먹고 자란다"고 답했다.
최 명예교수는 진영 간 이념의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다원성을 기본가치로 두는 자유주의를 본래 의미를 키우라는 조언을 한 셈이다. 윤 전 총장의 대답에서 자유주의는 '기술혁명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한 '자유로운 환경' 정도에 그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강조해온 자유민주주의가 과거의 냉전자유주의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갔지만 아직까지는 시장자유주의에 머물러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최 교수는 반공자유주의를 탈피하고 시장경제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며, 이념적으로 경직된 사회니 다원주의가 필요하다고 얘기한 것"이라면서 "윤 전 총장의 발언을 보면 핵심을 제대로 짚지는 못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이에 대해 "그런 상황이 정권 교체의 역사적 소명과 신념을 강화시킨다"며 "정권교체를 하지 않으면 개악을 '개혁'이라고 말하는 '개혁꾼'들, 독재·전제를 민주주의라 말하는 선동가들, 부패한 이권 카르텔이 지금보다 더 판치는 나라가 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