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덕구의 한 가정집 아이스박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생후 20개월 아이는 사실상 가정에 '고립'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른 가족이나 어른을 만날 기회도 없었고, 행정 기록에서도 위기 상황은 드러나지 않았다.
아동학대 관련 대책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숨은 가정 내 학대를 어떻게 드러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여전히 던지는 부분이다.
숨진 A양의 어머니는 "아이의 아버지가 평소 학대를 심하게 했다"는 말을 자신의 가족에게 뒤늦게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이 숨지기 이전에도 학대 피해를 지속적으로 입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인데, 사전에 감지되지는 않았다.
13일 대전CBS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보건복지부의 학대·위기 아동 발굴시스템인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에 A양은 포함되지 않았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신속하게 찾아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연계하는 시스템이다.
"건강검진 및 예방접종 실시 여부, 장기결석 등의 정보를 토대로 보호 필요 아동으로 추정되면 각 읍면동으로 자동 통지되고 해당 가정을 방문하도록 돼 있는데, A양의 경우에는 등록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 지자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예방접종이나 영유아검진을 받지 않은 경우에는 분기별로 파악이 돼 등록이 되는 상황이라고 한다. A양의 가정이 다른 복지서비스를 받는 과정에서도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기록상으로는 문제가 없는 아이. 하지만 실제로는 문제가 있어도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아이에 가까웠다.
A양은 어린이집을 비롯한 다른 기관을 이용하지 않았고, 신고를 해줄 만한 가족이나 어른을 만날 기회도 사실상 없었다.
A양의 부모는 대전으로 오며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고, 다른 가족에게마저 알리지 않았다. 아이의 외할머니가 집을 수소문해 찾아와야 할 정도였다.
가뜩이나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행동이나 의사표현이 어려운 어린 나이에, 도움을 청할 이를 만나기 더욱 어려웠던 상황이었던 것이다.
경찰은 숨진 A양의 부모를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A양의 아버지 B(29)씨에 대해서는 아동학대살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지난 9일 경찰에 아동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되자 달아났던 B씨는 사흘 만인 지난 12일 동구의 한 모텔에서 체포됐으며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일부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사체 유기 혐의로 아이의 어머니가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