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2일 만찬 회동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전격 합의했지만, 국민의힘이 이를 철회하는 모습을 취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두 대표는 이날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하고, 다만 지급 시기는 방역 상황을 보고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양당 대표 만찬 회동후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
국민의힘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은 이날 저녁 8시쯤 "현재까지 검토된 안에 비해 훨씬 상향된 소상공인 지원으로 두텁게 하는 안과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결정하고, 지급 시기는 방역 상황을 봐서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공동 브리핑에 나선 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도 "송영길, 이준석 대표가 (재난지원금을) 전국민에게 지급하는 방향으로 가는게 맞지 않느냐는 데 공감대를 이루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양당 대변인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만찬 회동에는 참석하지 못하고 각당 대표로부터 합의 내용을 전달받았다.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놓고 민주당은 정부와 협의해 소득 하위 80%를 지급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코로나19 극복 과정에 전국민이 함께했기에 위로금과 경기부양 성격의 재난지원금을 전국민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반면 국민의힘은 코로나19로 고통받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오히려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며 선별지원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국민의힘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표심을 자극하기 위해 감당할 수 없는 '돈풀기'를 하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이런 가운데 송영길, 이준석 대표가 이날 만찬 회동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급 지급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치권은 술령거렸다.
합의 100분만에 브리핑 정정 "소상공인 두텁게"
하지만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 소식이 전해진 지 100분만에 해당 합의 취지가 잘못 알려졌다는 정정 공지가 나왔다.국민의힘 황보 대변인은 "오늘 합의 내용은 손실을 본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대상과 보상범위를 넓히고 두텁게 충분히 지원하는데 우선적으로 추경 재원을 활용하자는 것"이라면서 앞서 내놓은 브리핑 내용을 수정했다.
또 "그후 만약 남는 재원이 있을 시에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범위를 소득 하위 80%에서 전국민으로 확대하는 것까지 포함해 방역상황을 고려해 필요 여부를 검토하자는 취지로 합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4차 대유행 위기 속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만큼, 고통받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지원을 먼저 두텁게 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렸다는 얘기다.
소상공인 지원이 충분히 이뤄진 뒤에 추경 재원이 남으면 전국민 재난지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당초 취지와는 달리 전달됐다는 게 정정 공지의 핵심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와 사전 협의 없이, 이 대표가 민주당이 주장하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덜컥 합의하면서 내부 반발로 합의 내용을 정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국회 예결산특별위원회 소속인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이준석 대표가 송영길 대표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했다고 보도됐다"며 "사실이라면 황당한 일"이라고 적었다.
조 의원은 "우리 당의 기존 입장은 반대였다. 전국민 지급을 통한 소비촉진은 코로나 방역에 역행하는 것이자 소득재분배에 역진한다"며 "이준석 대표가 당의 기존 입장과 다른 합의를 해준 경위가 밝혀져야 한다. 대표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면 큰 문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장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 철회에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대표 간 합의사안을 여야 수석대변인이 함께 발표했는데 일방적으로 철회했다"며 "국민의힘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준석 대표는 송영길 대표와의 만찬 회동 이후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와 추가 회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양당 대표 만찬 회동에 배석하지 못한 황보승희, 고용진 대변인이 합의 내용을 전달받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을 수 있다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