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11일 '고인을 두 번 죽인 서울대의 망언을 규탄하며 서울대 구민교 학생처장에게 되묻는다'는 입장문을 내고 "(구 교수가) 사과와 위안을 전하기는커녕 공감이 결여된 채 면피할 핑계를 찾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구 교수의 주장은 사실관계에서도 많이 벗어나 있지만, 사람이 차에 치어 사망했는데 새로 산 자신의 외제차에 흠이 났다고, 자신도 피해자이고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구 교수는 지난 9일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분의 안타까운 죽음을 놓고 산 사람들이 너도나도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것이 역겹다. 언론에 마구잡이로 유통·소비되고 있는 '악독한 특정 관리자' 얘기는 모두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썼다가 논란을 빚었다.
이에 그는 최근 게시글을 비공개로 전환했다가 해명과 함께 전문을 다시 공개했다.
구 교수는 "피해자 코스프레가 역겹다는 부분은 정치권을 두고 한 말"이라며 "당연히 유족분들이나 다른 청소 노동자분을 두고 한 말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 "산재 인정을 받기 위한 일방적 주장만으로 또 한 명의 무기계약직 노동자인 '중간 관리자'를 가해자로 만들 수는 없다"며 "이미 그 당사자는 심리적으로 크게 고통받고 있으며 억울한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러한 2차 피해를 꼭 막고 싶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구 교수의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구 교수는 글을 쓴 목적을 최소한의 방어권 행사라 밝혔는데, '피해자 코스프레' 또는 '역겹다'는 표현은 대체 무엇이냐"며 "공격과 혐오에 기반한 가해적 표현은 방어권 행사와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에서는 그 대상으로 정치를 거론했지만, 맥락에도 맞지 않는다"며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행위이자, 2차 가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민주노총은 서울대가 산재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공동조사단 구성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서울대는 총장 직권으로 청소노동자 사망과 함께 불거진 직장 내 갑질로 인한 인권침해 여부 등을 조사를 학내 인권센터에 일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노총은 "공동조사단은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원인을 밝히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최소한의 틀"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 7일 서울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합원 이모씨의 죽음이 '산재 사망'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지난달 26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민주노총은 평소 지병이 없었던 이씨가 최근 과중한 업무량으로 지속해서 고통을 호소해왔다고 밝혔다. 또 이씨의 죽음에 기숙사 안전관리 팀장의 '갑질'이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