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국방부 합동수사단에게 남은 과제는 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과 검찰의 A중사 성추행 사건 부실 수사 배경과 공군본부 법무실의 직무유기, 공보정훈실의 사건 개입 관련 의혹을 마저 밝혀내는 일이다.
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검찰 '엉터리 수사' 이유는?
가해자 장모 중사는 3월 17일 첫 조사를 받았는데, 수사를 지휘하는 군사경찰대대장은 그가 조사를 받기 전에도 '변호인과 일정 조율' 등을 이유로 '가해자 불구속 처리', '압수수색 최소화' 지침을 내렸다고 전해졌다.
실제로 군사경찰의 불구속 송치 의견서엔 성추행에서 '강제'라는 말이 빠지고, 장 중사가 '용서를 구하고 있다'는 점과 함께 불구속 이유로 변호사를 선임한 사실이 기재됐다고 알려졌다. '용서를 구하고 있다'는 것조차도 휴대전화로 "하루종일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라는 등 문자메시지를 보낸 일이었다.
군사경찰대대 수사계장은 3월 5일 피해자 조사를 진행한 지 3일 뒤인 8일에 장 중사에 대해 '불구속' 의견이 담긴 범죄혐의 인지보고서를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17일에 첫 가해자 조사를 하기도 전에 사실상 불구속 결정을 한 셈이다.
이밖에도 숨진 A중사는 성추행 피해 당일 밤 같은 부대 선임 김모 중사에게 전화를 걸어 피해 사실을 알렸다. 이 내용은 김 중사의 휴대전화에 녹취파일로 저장됐는데, 군사경찰은 김 중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파일의 존재를 확인하고도 확보하지 않았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군사경찰 수사관이 '녹취 자료를 제출해줄 수 있느냐'고 묻자 김 중사가 '피해자에게 동의를 구하고 제출하겠다'고 답했는데, 추가로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설명했다. 김 중사도 이 파일을 제출하지 않았다.
이후 사건은 4월 7일 20전투비행단 군 검찰에 송치됐다. 담당 검사는 5월 22일 A중사가 숨진 채 발견되자,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나흘 뒤 장 중사의 휴대전화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해 다음 날 이를 발부받았다.
그런데 검찰은 이를 곧바로 집행하지 않고 5월 31일 장 중사가 조사를 받을 때 휴대전화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에 집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날 장 중사는 조사에서 휴대전화를 제출했고, 검찰은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했다. 영장은 집행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군사경찰 단계 수사에서 허점이 컸는데, 이런 부분들이 검찰 수사에서 어느 정도 그대로 이어지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왜 이렇게 했는지를 수사하고 있는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달 12~13일 20전투비행단 검찰 관계자 3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했고, 그 가운데 1명인 사건 담당 검사를 형사입건했다.
국방부 수사 관계자는 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해당 인물에 대한 수사는 많이 진척됐다"고 설명했다.
공군 법무실은 국선변호인 '부실 변호', 법무실장 '지휘감독 소홀' 의혹
국선변호인 이모 중위는 피해자와 한 번도 만나지 않고 성의 없는 변호를 했다는 의혹과 함께 피해자의 신상정보 등을 외부로 유출했다는 혐의로 지난달 7일 유족에게 고소당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8일 뒤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다만 이 중위 측은 피해자를 만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3월 18일에 피해자의 요청으로 첫 통화를 했고, 이후에도 모두 7차례 통화했으며 신상정보 유출 의혹 역시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하고 있다.
군 검찰은 지난 6일 이 중위를 기소하겠다며 이를 결정 없이 검찰의 판단에 따라 곧장 기소하겠다고 수사심의위원회에 보고했다. 하지만 다음 날 그의 대리인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구했기 때문에, 국방부는 부의위원회를 열어 부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부의위원회는 수사심의위원 18명 가운데 5명을 선정해 수사심의위에 해당 안건을 올릴지 여부를 결정하는 기구다. 만약 부의위원회에서 수사심의위에 안건을 올리겠다고 판단하게 될 경우, 이 중위의 사건은 정식으로 수사심의위원회에서 기소 여부에 대한 판단을 받게 된다.
이 중위를 포함한 군 법무관들과 함께 공군 내 모든 검찰을 총괄하는 법무실장 전익수 준장은 직무유기와 관련된 피내사자 신분이다. 국방부 검찰단은 20전투비행단 군 검찰의 엉터리 수사에 대한 지휘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달 16일 그의 사무실과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했고, 검찰 사무에서 배제 조치하겠다고 9일 밝혔다.
다만 국방부 합동수사단은 성추행 사건 가해자 장 중사의 변호사 소속 법무법인의 다른 변호사가 전 실장과 대학 동문이자 군 법무관 동기이기 때문에 '봐주기식 수사 아니냐'는 의혹에는 "현재까지 통신기록을 확인한 내용으로는 둘 사이 통화기록은 확인되지 않지만, 추후 포렌식 등의 방법으로 검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A중사의 남편 B중사 측을 대리하는 김경호 변호사는 9일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보내 "발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성역 없는 수사를 한다고 했지만 군에서는 계급과 권력으로 인해 성역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며 "수사의 최종 책임자인 (이모)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과 (전익수) 법무실장에 대한 수사가 아직 미진한 점에 대해 매우 유감이다"고 밝혔다.
B중사 측은 "압수수색 자체도 상당한 지연이 발생했고, 압수수색을 사전에 알려줬다고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전익수 실장이 아직 내사 단계인 점에 대해 매우 유감이고, 압수수색 범위에 대해서도 의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어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고 했지만 본인들 능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꼴밖에 되지 못했다. 성역(공군 법무실)을 되려 보여주는 꼴밖에 되지 못했다"고 꼬집으며 "권력과 계급이란 성역은 군 내에서 무시할 수 없다. 국방부 중간 수사 결과 발표가 상당한 우려와 한계점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합동수사단은 전 실장을 포함해 법무실 소속 장교 3명을 내사하고 있다.
'사건 개입 혐의'로 공군 공보장교 2명 입건…총괄장교 이어 실장까지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 7일 공군본부 공보정훈실장 이모 대령을 정식으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그는 지난 주 이미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고 전해졌다.
검찰단은 지난달 21일 "공보정훈실 소속 인원이 사건 관계자와 접촉한 정황을 발견해 이를 확인하기 위해"라며 공군본부 공보정훈실을 압수수색했다. 이어 공군본부 공보과 총괄장교 정모 중령을 정식 입건해 수사 선상에 올렸다.
다만 국방부 수사 관계자는 이들의 혐의에 대해 "정상적인 공보 활동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수사 중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최종 수사 결과에서 발표될 전망이다.
공보정훈실은 언론 공보를 담당한다는 특성상 군 외부에 있는 기자들과도 접촉하며, 동시에 군 내부의 여러 조직과도 광범위하게 접촉한다. 때문에 이러한 수사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되기도 한다.
국방부 수사 관계자는 지난달 23일에도 "기자들과 접촉한 부분의 정보를 압수수색하지는 않았다"면서 "정상적인 공보 활동은 아니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