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 총장은 8일 오후 김영환 전 국회의원과 만찬 회동을 했다. 역사논쟁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이슈에서 여권 선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번번히 충돌하자 '이재명 저격수'로 알려진 김 전 의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정부에서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내기도 한 김 전 의원과의 만남을 통해, 호남에 구애의 메시지를 발신하겠다는 의지도 보인다.
다만 지난 열흘 동안 윤 전 총장의 행보에 '반문(재인)' 이상의 내용이 없다는 게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 전반의 평가다. 일단 대권 도전 선언 이후 접촉한 정치권 인사들은 캠프가 '공개한' 인물만 김 전 의원 외에 원희룡 제주도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 등이다. '여의도에서 제일 바쁜 사람은 윤석열'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그러나 국민의힘 입당 이슈를 얘기한 권 위원장 외에는 모두 정권교체의 뜻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논의가 머물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윤 전 총장 입당을 촉구하고 있는 국민의힘에서부터 "대권도전을 공식화하고 열흘이나 지났는데, 정치적 접촉이나 민생투어 모두 단건의 메시지 발신에 그치고 큰 그림은 보이지 않고 있다(국민의힘 다선 의원)"는 말이 나온다. 대선을 여러 번 치루며 잔뼈가 굵은 한 당직자는 "민생투어의 경우 전체 일정이 스토리를 가지고, 해당 지점마다 후보가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유권자에게 정보를 주는 방식으로 꾸려져야 한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의 일정은 수박 겉핥기 식"이라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이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는 명분으로 국민의힘 입당도 미루고 있으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소극적인 태도 역시 논란거리다. 장모 최은순씨의 1심 유죄판결이 나온 지난 2일, 윤 전 총장은 비공개로 김영삼대통령기념도서관,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을 각각 방문한 뒤 관련 내용을 언론에 알렸었다. "처가 관련 질문을 피하면서, 좋은 모습만 언론에 나오겠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처사다. 급기야 최근에는 질문을 쏟아내는 취재진 앞에서 "총장님, 대답하지 마세요. 좌팝니다"라고 말하는 지지자와 그 얘기를 듣고 윤 전 총장이 대답 없이 자리를 떠나는 장면이 현장에 있던 각종 미디어 영상에 그대로 잡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캠프의 기술적 문제를 넘어서 윤 전 총장 스스로 '정치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국민의힘 다선 의원은 "정책을 만들기까지 의견이 완전히 다른 세력과도 소통해야 하는 등 크고 작은 정치 과정 전반을 지나면서 쌓이는 지식이 있다"며 "이런 '보이지 않는 지식'을 인정하며 보완하려고 하지 않고 '내가 수사를 해봤기 때문에 정치분야도 잘 안다'는 식이면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