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공격, 비판 금지된 홍콩에서 반중 트렌드 되나

경찰관 흉기로 찌르고 자살한 사건 예상외의 파장
일부 시민들 범행 장소에 꽃 놓아 애도
소셜미디어에선 순교자로 부르기로
홍콩 당국 비판길 막힌 사람들 테러로 전환할까 촉각 곤두
범행 떠나 죽음에 대한 애도조차 못하게 된 홍콩 분위기 비판도

월스트리트저널 캡처
중국공산당 창립 100주년 기념식을 맞아 시진핑 국가주석이 톈안먼 성루에 올라 중국을 괴롭히면 피를 철철 흘릴 것이라고 말해 세계를 놀라게 한 날 홍콩에서 50대 남성이 근무 중인 경찰을 흉기로 찌르는 일이 벌어졌다.
 
렁킨파이라는 이 남성은 거리를 순찰하던 수십 명의 경찰관 가운데 한 명에게 다가가 흉기로 등을 찌른 뒤 곧바로 자신의 가슴을 찔러 사망했다. 흉기에 찔린 경찰은 다행히 회복 중이다.
 
렁킨파이는 홍콩의 유명한 음료 회사의 구매 관리자였다는 사실 외에 범행동기 등 알려진 게 별로 없다. 특정 정치집단에 속해 있는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고 소셜미디어 활동 흔적도 없다.
 
경찰은 그가 정부에 대한 개인적인 반감을 이유로 테러를 감행하는 자생적 테러리스트를 일컫는 '외로운 늑대'였다며 가짜정보에 의해 급진적으로 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홍콩보안법 담당 부서에서는 이번 테러에 관련된 다른 사람이 있는지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시민들은 사망한 렁킨파이가 경찰을 공격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점에 꽃을 놓고 애도의 뜻을 표하고 어떤 사람들은 소셜미디어에 그를 순교자라고 치켜세우는 글도 남겼다.
 
월스트리트저널 캡처월스트리트저널 캡처렁킨파이가 일하던 음료 회사 비타소이도 그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애도를 표하는 메모가 인터넷에 돌면서 중국 네티즌들의 불매운동에 직면했고 지난 5일에는 주가가 15%나 폭락했다.
 
이 회사는 중국 쇼셜미디어 웨이보에 정식으로 글을 올려 부적절한 문구를 사용했다며 납작 엎드렸다.
 
홍콩 당국은 급진적인 정부 반대자들이 앞으로 수년간 더 폭력적인 전술에 의존할 수 있다며 테러 위협에 대한 경고를 강화하고 있다.
 
경찰 총수 출신의 홍콩 보안장관 크리스 탕은 7일 입법회에 출석해 "(렁킨파이의 죽음에) 공감하는 것이 지지가 되고, 지지가 참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콩 당국은 테러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입법을 검토하고 있다.
 
홍콩 당국이 긴장하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티베트에서 승려들이 분신자살하고 신장 등지에서 경찰에 대한 자살폭탄 사건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홍콩에서 이번과 같은 자살 공격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탕 장관이 입법회에 출석회 테러 위협을 경고한 날 홍콩 경찰은 사제폭탄 등으로 교통망과 법원을 타격하려 한 혐의로 중고생 6명과 대학교 교직원 1명을 포함한 9명을 체포했다. 소셜미디어에서 경찰을 죽이고 경찰 건물에 불을 지르도록 선동한 2명도 체포했다.
 
집회와 시위 등 반대 목소리가 사실상 금지된 홍콩 현실에 좌절한 반대자들이 자살 테러 공격으로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고민도 있다. 테러에 대한 위협을 강조할수록 반대자들을 더 그쪽으로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은 사람에 대한 애도조차 표하지 못하게 하는 당국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노틀담대 빅토리아 후이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홍콩이 애도를 테러와 연결시키는 것은 극단적인 조치를 취한 중국 내 다른 국경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억압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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