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살림을 운영하는 기재부 입장에서 국세수입 대폭 증가가 아주 반가울 법한데 오히려 기재부는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최영전 조세분석과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올해 국세수입이 크게 늘어난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느라 분주했다.
골자는 "올해 5월까지 국세수입이 늘기는 많이 늘었는데 상반기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먼저, 5월까지 늘어난 43조 6천억 원 가운데 11조 1천억 원은 지난해 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해 시행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세정지원' 조치 기저효과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서 '기저효과'는 원래 지난해 냈어야 할 세금이 올해 상반기로 이월돼 납부된 것과,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납부 세액이 하반기로 유예돼 올해 5월까지와 비교 금액이 줄어든 것을 뜻한다.
그런데 올 하반기에는 이런 세정지원 기저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올해 국세수입이 크게 늘어난 데는 부동산과 주식 시장 호조에 따른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가 각각 5조 9천억 원과 2조 2천억 원 증가한 것도 한몫했다.
최영전 과장은 "하반기에는 부동산과 주식 시장이 안정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라고 전했다. 양도세와 증권거래세의 초과세수 기여도 하반기에는 줄어들 것이라는 뜻이다.
국세수입 대폭 증가 의미를 애써 축소하는 듯한 기재부의 이런 어색한 반응은 '5차 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위해 정부가 편성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과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
기재부는 올해 '초과세수' 즉, 국세수입 예산(282조 7천억 원)보다 더 걷힐 국세수입 규모를 31조 5천억 원으로 추산하고 이를 총 33조 원 규모의 2차 추경 재원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1인당 25만 원인 일반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 즉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지급 대상을 '가구소득 하위 80%'로 제한했다.
그런데 지난 5월까지 국세수입이 이미 전년 동기 대비 43조 6천억 원이나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국세수입 증가액이 곧 올해 초과세수는 아니지만, 이미 5월까지만 따져도 올해 초과세수가 기재부가 추산한 것보다는 훨씬 커질 것은 분명한 상황이다.
이러면서 기재부에는 두 측면에서 국민의 눈총이 쏠리게 됐다.
하나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거부하기 위해서든 아니면 전체 재난지원금 규모를 줄이기 위해서든 기재부가 일부러 초과세수 규모를 축소 예측했다'는 의심이다.
다른 하나는 기재부의 실력에 관한 것으로 '재난지원금 규모 고려와는 무관하게 능력이 모자라서 정확한 초과세수 추산에 실패했다'는 비판이다.
5월까지 국세수입 실적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으면서 5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대폭 확대하려는 여당에는 큰 힘이 실리겠지만, 이에 난색인 기재부 처지는 한층 옹색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