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권침해, 갑질 당했다" 경찰 15명, 부서장 인권위 진정

황진환 기자
일선 경찰관 15명이 '갑질' 및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상관인 경찰 간부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은 해당 간부가 단체 대화방에서 부하 직원들의 개인 실적을 공개하고, 내부 시스템을 이용해 실시간 위치를 파악하는 등 부당 행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 시도경찰청 산하 고속도로순찰대 소속 경찰관 15명은 순찰대장 A 경정을 상대로 지난 2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은 A 경정이 경찰 내부망 지도(폴맵, Pol-Map)를 통해 부하 직원들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했다고 주장했다. 폴맵은 신고·출동 업무를 위한 용도로 써야 하지만, 이를 벗어나 외근 실적이나 근무 위치 등을 감시하는 데 사용했다는 것이다.
일선 직원들은 A 경정이 순찰차 위치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폴맵에 접속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문제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위 진정에는 A 경정이 SNS 단체 대화방에 부하 직원들의 개인별 단속실적 등을 상세히 공개해 인권을 침해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단속 실적이 저조한 직원들을 상대로는 "무임승차 하지 말고 인사 때 이동하라"는 등의 질책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아울러 순찰대 근무에 있어서 '기본근무 외 자원근무'라는 명목의 강제근무를 한 달에 평균 3~4회 강요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비번 휴무일 새벽에 동원하는 '백신수송', 야간 근무일에 조기 출근을 하는 '경호 야외기동훈련', 주간 근무시간을 연장하는 '음주단속', 비번 휴무자 또는 주간·야간 근무자가 조기 출근을 하는 '항공단속지원근무' 등을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이들은 "기본근무 외 추가로 살인적인 각종 근무를 인력 보충 등의 요구나 조치 등 대책 없이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있다"며 "심각한 건강권 등의 침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야간출근 시 직원들이 각 담당 노선 구간에서 식사 하는 것마저도 '순찰활동은 잘 하지도 않으면서 자원근무 놀러 나왔어요', '맛집 투어 나왔어요' 등의 말을 하면서 직원들의 근무 처우 개선은 커녕 비인간적인 대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속도로순찰대는 고속도로 순찰 및 사고 예방, 위반 차량 단속 등의 업무를 맡는다. 한 부서에 속한 직원들 십수명이 단체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일각에서는 해당 시도경찰청의 감찰 기능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아 내부 자정 대신, 외부기관 조사에 기댈 수 밖에 없게 된 상황을 자조하는 반응도 나왔다.

이한형 기자
경찰 조직 내 '갑질' 등의 논란은 최근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3월 부서장급의 부당 행위를 뿌리 뽑겠다며 공직기강 실태 점검을 진행하기도 했다.

다만 A 경정은 총 책임자로서 정당한 관리·감독을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근무가 제대로 안 이뤄지는 측면이 있어서 확인을 하고 교양을 했을 뿐"이라며 "감찰 목적으로 폴맵을 사용하면 안되겠지만, 총 책임자로서 근무 감독을 위해 사용할 순 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개인별 실적 공개는 5~6월 특별 단속 시행에 따라 열심히 일하는 직원은 동기부여를 하고, 미진한 부분은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며 "충분히 직원들에게 이유를 설명하고 납득을 시켰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원이 없다 보니 부득이 하게 자원 근무를 나오는 부분이 있지만, 기본 업무 외에 추가 업무를 지시한 것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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