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값은 9.97% 올라 이미 지난해 연간 상승률 9.65%를 추월했다.
수도권은 더 가파르게 올랐다. 수도권 아파트 값은 올 상반기에만 12.97% 올라 작년 연간 상승률(12.51%)을 넘어섰다. 상반기 기준 2002년(16.48%) 이래 19년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특히 경기도가 올 상반기 부동산 과열의 진원지로 떠올랐다. 경기도는 상반기 누적 상승률이 15.35%에 달했다. 시흥시(24.53%), 고양시(21.38%), 동두천시(20.58%), 의정부시(20.37%) 등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비롯한 교통 개발 호재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최근 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이 확정되면서 노선을 따라 집값이 뛰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아파트값 상승률이 25.49%를 기록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고양시 덕양구 신원동 '신원마을1단지 우남퍼스트빌' 전용면적 84㎡는 올해 6월 12일 7억9000만원에 팔려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작년 12월 2일 6억8500만원에 매매된 것과 비교하면 6개월 새 1억원 이상 오른 것이다. 현재 해당면적 시세는 8억원 밑으로는 찾아볼 수 없다."
신원마을 N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지역 아파트 값은 지난 3월에 주춤했다가 그 이후부터는 계속 고점 찍고 올라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신분당선에 삼송역을 지나 신원마을역이 생길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인해 가격이 더 뛰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세는 올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의 집값에 영향을 미칠 가장 큰 변수로 내년 대통령 선거를 지목했다.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 정책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각종 개발 공약이 경쟁적으로 쏟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주택 매물이 부족하고 전셋시장도 불안한 상태에서 대선 변수가 불거질 경우 하반기 아파트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 강화 등은 가격 하락 요인이 될 것"이지만 "유동성이 여전히 풍부하다는 점과 부동산 세제 완화 등 여당의 정책 기조 변화 분위기도 감지되는 만큼 상승요인도 만만치 않다"고 분석했다. 이어 "하반기 들어서는 대통선 선거 국면에서 추가적인 부동산 규제가 어려울 수 있고 지역의 개발 공약 등도 발표될 수 있어 집값 상승 요인이 더 부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하반기 집값이 오르더라도 상반기보다는 완만하게 오를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점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하반기에는 금리 인상 가능성, 대규모 사전청약 물량, 장기간 집값 급등에 따른 부담감으로 상반기보다 아파트값이 더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속적으로 상승한 집값 상승 피로감이 누적된 데다 하반기 수요자들의 관심이 3기신도시 등 분양시장으로 이전할 확률이 높아 올해 상반기 같은 상승률의 재현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동기보다 거래량은 다소 줄고 중저가지역의 실수요자 유입위주의 시장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무주택 서민의 실수요 대상인 소형아파트마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내집 마련의 꿈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서울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시세 6억 원 이하의 중저가 아파트 3채 가운데 1채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114가 조사한 결과 서울 아파트 매매 시세 6억 원 이하 아파트는 1월 초 25만9785가구에서 지난달 말 17만 6186가구로 32.2% 감소했다.
소형아파트 상승세와 더불어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아파트 매매 여부에 대한 고민을 깊게 만드는 요소는 올해 하반기 3기 신도시 등의 수도권 사전 청약과 금리 인상 가능성이다. 현재까지 계획된 올해 하반기 사전청약 물량은 3만 가구 규모다. 여기에다 시장에서는 하반기에 최대 두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예상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부동산 대세 상승기에는 빚테크도 유효한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지금은 대출을 내더라도 집값의 40%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면서 "위험을 낮추는 방법으로 법원 경매나, 공매, 주변 시세보다 싼 신규 분양쪽으로 관심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