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점령군' 논쟁에 소환된 'DJ 발언' 살펴보니[이슈시개]

'DJ 적통 강조' 이낙연·정세균, 이재명 견제
DJ도 "미군·소련군이 한반도 점령" 언급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 후보 이재명 경기도지사. 윤창원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자신의 '미 점령군' 발언을 비판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윤 전 총장이) 숭상하실 이승만 대통령, 제가 존경하는 김대중 대통령께서도 점령군이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했다"고 재차 반박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다른 대선 예비후보들의 대응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경우 지난달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저 기념관을 찾아, 자신이 'DJ 적통'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한 바 있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모두 김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정계에 발을 들였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학술적으로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라면서도 "정치인은 어떤 말이 미칠 파장까지도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지사의 '미 점령군' 발언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정세균 전 총리도 지난 2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민주당 대통령들은 단 한 번도 이런 식의 불안한 발언은 하지 않았다"며 "이재명 후보의 기본 생각이 궁금해진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김대중 도서관 제공
그러나 일찌감치 김대중 전 대통령도 미군이 한반도를 '점령'했다고 언급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000년 6월 25일 6.25 제50주년 기념사에서 "우리는 6·25라는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렀다. 수백만의 사람이 희생되었고, 국토가 초토화됐다"며 "도대체 왜 이런 전쟁이 일어나야만 했습니까? 두말할 것도 없이 국토가 남북으로 분단되고 서로 총칼로 대립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점령'에 대한 언급은 바로 뒤에 나온다. 김 전 대통령은 "분단의 원인은 어디에 있었나. 그 원인은 일제 지배에 있었다. 일제가 패망하자 우리가 일제의 영토였다는 이유로 소련군과 미군이 각각 한반도의 남과 북을 점령했기 때문"이라고 연설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일본의 식민 지배가 분단의 원인이라고 언급하면서도 해방 이후 한반도에 들어온 소련과 미국 모두 '점령'이라고 말한 것이다. 이는 "승전국인 미국은 교전국인 일제의 무장해제와 그 지배 영역을 군사적으로 통제하였으므로 '점령'이 맞다"고 한 이 지사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심지어는 이번 논쟁과 관련, 야권에서 옹호하고 있는 이승만 전 대통령도 '미 점령군' 발언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948년 8월 15일 이승만 전 대통령의 건국 기념사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당시 미군에 대한 감사를 표하며 "미국 군인이 점령한 동안에 군정이나 민정에 사역한 미국 친우들이 우리에게 동정하며 인내하여 많은 양해로 노력해 준 것은 우리가 깊이 감사하는 바"라고 언급했다.

이어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 겸 미군정청 군정 사령관으로 활동한 하지 중장을 칭찬하면서도 "미 점령군에(의) 사령장관이요, 인도자인 하지 중장에 모든 성공을 치하"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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