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의 포함, 혐의 인정한다"…방청객들 '탄식'
6일 수원지법 제15형사부(조휴옥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301호 법정에서 민영이를 학대한 혐의를 받는 양부 A(38)씨와 이를 방임한 혐의인 부인 B(37)씨에 대한 1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먼저 검찰은 "화성 남양읍에 있는 주거지 아파트 안방에서 피해아동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A씨가) 등긁이 등으로 수차례 신체적 학대를 가했다"며 "결국 생후 33개월에 불과한 피해자를 심각한 뇌손상으로 반혼수상태에 이르게 했다"고 공소사실을 밝혔다.
이어 "양모인 B씨는 아동을 유기하지 않거나 의식주 등 보호를 해야 되는데 학대 사실을 충분히 예견하고 있었으면서도 A씨로부터 피해자를 분리하지 않아 방임을 범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혐의 내용에 대해 피고인 측 변호인은 물론 A, B씨 역시 "모두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변호인 의견서에 "피고인의 범의(범죄임을 알고도 행하려는 의사)를 부인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재차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느냐고 물었는데, 피고인들은 거듭 "(범의를 포함해) 공소사실을 인정한다"고 답했다.
다만 국민참여재판 진행 여부에 대해서는 두 부부 모두 "희망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피해아동 측 변호인은 "두 달째 반혼수상태에서 단 한마디 진술조차 할 수 없었다"며 "아이 목소리를 간접적으로라도 반영하려면 주치의로부터 상처 등을 자세히 듣고 부모의 심정으로 가해자 강력 처벌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도 양형에 참작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구속 상태에 있는 A씨에 대한 판결 전 조사 등을 거쳐 오는 9월 7일 오전 10시 35분 다음 재판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날 옅은 황토색 수의를 입은 A씨와 평상복 차림의 B씨는 고개를 숙인 채 앞뒤로 피고인석에 앉아 재판에 임했다.
법정에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 등 40여명이 참석해 방척석을 가득 메웠다. 이들은 검찰 측의 공소사실을 들으면서 탄식하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민영이 두 달째 의식불명, 엄벌 촉구 지속
A씨는 지난 4월 중순부터 5월 초순까지 주거지인 화성시 내 한 아파트에서 2018년 8월생인 입양아 민영이를 고집 부린다는 이유 등으로 나무로 된 등긁이와 구둣주걱으로 손바닥과 발바닥을 수차례 때린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 5월 6일 오후 10시쯤 민영이가 잠투정을 하며 운다는 이유로 바닥에 넘어질 정도로 뺨을 강하게 때린 혐의도 있다.
그는 이틀 뒤 8일에도 민영이가 말을 듣지 않는다며 뺨을 세게 때려 넘어뜨리는 행위를 4차례 반복해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반혼수상태에 빠뜨린 것으로 조사됐다. 아내 B씨는 이 같은 학대 사실을 알면서도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이들 부부는 민영이가 의식을 잃은 5월 8일 오전 11시 학대 사실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즉시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오후 5시까지 7시간가량 방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우측 뇌가 손상돼 반혼수상태(Semi-coma)에 빠진 아이는 두 달 가까이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소생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부는 2019년 5월 봉사활동을 하던 보육원에서 당시 생후 10개월이었던 민영이를 알게 돼 지난해 8월 입양했다. 부부는 10세부터 5세에 이르는 친자녀 4명을 두고 있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이달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학대 가해자인 양부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화성입양아학대 양부모 ***,***의 공소장 변경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이날 오전 11시 기준 4900여명의 동의를 받고 있다.
청원인은 "검사가 양부에게는 아동학대중상해, 양모에게는 유기, 방임으로만 기소했는데 양부모 똑같이 살인미수로 공소장 변경이 돼야 한다"고 적었다.
이번 사건에 처음으로 피해 아동의 실명을 붙여 '민영이 사건'으로 명명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양부모에 대한 엄벌 진정서 제출과 목격자 제보를 촉구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