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의 대선 출마 선언과 함께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당내 나머지 주자들의 본격적인 견제도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이 전 대표와 함께 정세균 전 국무총리, 박용진 의원,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이 이 지사의 사생활과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 이 지사가 점점 수세에 몰리는 듯한 모습이다.
이낙연, '의미 있는 2등' 될까
이 전 대표는 5일 출마 선언에서 △신복지 △중산층 경제 △헌법 개정 △연성강국 신외교 △문화강국의 꿈 등 5대 비전을 제시하면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은 저에게 학교였다"며 자신을 '민주당의 적통'이라고 우회적으로 내세웠다.
'민주당 적통'을 강조하면서 우회적으로 이재명 경기지사의 반문 성향을 상기시키기 위한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저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와 함께 성장했다"며 "(국민들이) '누가 조금 더 멀겠다', '누가 좀 더 가깝겠다' 하는 판단은 하실 수 있겠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이후 친문 진영의 전통적인 후보가 사라진 상황에서 이번 경선 기간이 그 틈을 파고들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라고 보고 있다.
한 친문 재선의원은 CBS노컷뉴스에 "경선 기간 중 친문 논란이 재점화되서 누군가 이재명 지사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다 2위를 차지하면 본선에선 얼마든지 뒤집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경선 레이스에 돌입한 상황에서 지지율 변동이 크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전 대표가 국민 면접 현장 투표에서 최종 1위를 차지한 것을 놓고 주목받는 것 역시 이같은 맥락에서다.
1차 경선에서 '의미 있는 2등'을 하기 위한 이 전 대표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이 전 대표는 지난 3일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회동을 갖고 친문 연대를 꾸리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두 후보가 '김경율 소동' 국면에서 반(反)조국으로 치닫는 당 지도부를 한목소리로 성토한 직후였다.
아직까지 두 후보 모두 단일화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는 상황에서 1차 경선 직후 매머드급 단일화가 성사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단일화 가능성이 열려 있느냐'는 질문에 "'협력을 해야 된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 했는데 방법은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면서도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고 머릿속으로 상상하면 되는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당초 이낙연-정세균 단일화에 대해 이 지사가 압도적 1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비슷한 색채의 두 후보가 힘을 합친다고 해서 큰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할 거라고 보는 게 중론이었다.
다만 이 지사가 '조국 흑서' 저자인 김경율 회계사에 대해 우호적으로 발언한 점과 지난달 '약장수 발언' 등 다소 과격한 발언을 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지사가 딜레마에 빠져 있던 친문 진영의 역린을 건드렸다는것.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캠프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또다른 재선의원은 "나처럼 무소속인 친문 의원들도 이 지사의 '기기묘묘한 약장수' 발언에 상당히 모욕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짙어지는 反이재명 전선…이낙연·정세균·박용진·최문순 협공
5일 JTBC와 MBN이 공동주관한 토론회에서도 이 지사에 대한 반감이 표출됐다.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기본소득을 비롯해 영남 역차별, 여배우와의 스캔들까지 이 지사를 다방면으로 압박했다.
당내 전통적 지지 세력 결집에서도, 중도층 확장력에서도 이 지사가 강점을 보이지 못할 거라는 점을 에둘러 드러낸 것이다.
이 지사에 대한 공세의 포문은 박용진 의원이 열었다.
박 의원은 26조원을 들이면 1인당 연 50만원의 기본소득을 당장이라도 지급할 수 있다는 이 지사의 페이스북 글을 가리키며 "연 25조원씩 4년이면 100조원의 돈을 문재인 정부가 허투루 쓰고 있다는 말씀이냐"고 비판했다.
이 지사가 친문 성향의 당내 지지층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점을 꼬집은 것.
박 의원의 뒤를 이어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미국 타임지에 수억원의 광고비를 썼고, 각지에 기본소득 국민본부가 출범했다"고 했고,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기본소득을 공약한 적이 없다고 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국민과 당원에게 사과해주면 좋겠다"며 공약 폐기를 촉구하는 등 그야말로 '이재명 총공세'가 펼쳐졌다.
이 전 대표는 이 지사의 '영남 역차별' 발언을 파고들었다.
이 전 대표는 "수도권과 지방의 역차별이라는 해명은 원래 발언에 대한 진실한 해명이 아니다"라며 "영남 역차별 발언 속에 수도권이 있지 않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부선 논란'에 또 욱한 이재명…사생활이냐, 검증이냐
추미애 전 장관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의 협공에 이 지사는 끝내 발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 전 총리가 "대통령의 덕목 중 도덕성은 매우 중요하다. 윤 전 총장도 친인척 비리로 도덕성을 상실한 것. 소위 '스캔들' 해명 요구에 회피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대선후보로서 부적절하다"며 이 지사의 약점을 파고들자 화를 참지 못했다.
정 전 총리의 지적에 이 지사는 "제가 혹시 바지 한 번 더 내릴까요?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라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사생활 논란은 토론이 끝난 뒤에도 이어졌다.
정 전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인 사생활이 아니다. 공인으로서 검증이고 정권 재창출이 걸린 대한민국의 미래"라며 "이 후보가 우리당 후보가 된다면 어차피 야당이 공격할 일, 미리 털고 가자"고 공세를 이어갔다.
이 전 대표 측 오영훈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국민과 당원께서 궁금해하시는 부분에 대해 그 궁금증이 해소될 때까지 소상히 밝히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라며 우회적으로 '김부선 논란'에 대한 해명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