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행선지 광주 택했지만 퇴짜… 다시 반문 전선으로
6일 CBS 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윤 전 총장 측은 애초 전날(5일) 광주 5·18 묘역 참배 계획을 세웠다. 민생 행보의 첫 지역으로 광주를 택한 것이다. 윤 전 총장과 연락을 주고받던 정치권 인사가 직접 5·18 구속부상자회에 연락해 일정을 조율했지만 5·18 구속부상자회의 거부로 무산됐다. (관련기사 : [단독] 윤석열, 첫 민심탐방 5‧18 참배 무산된 이유는?)5‧18 구속부상자회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지난달 29일쯤 윤 전 총장 측이 중간 연락망을 통해 5일에 광주를 방문해 5‧18 묘역 참배 후 저희와 만나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해왔다"며 "하지만 구속부상자회 내부 의견 수렴이 잘 안돼서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에 윤 전 총장과 만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말했다.
단체 내부에선 윤 전 총장의 방문이 정치적 목적이 짙다는 비판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관계자는 "아무래도 (윤 전 총장이) 아직 진정성도 보이지 않고 내용도 없는데 어떤 그림을 만들기 위해 방문하는 건 좀 그렇다"며 "정상적인 방식을 통해 광주에 오면 그런 문제에 대해 상의할 순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5‧18 단체에서도 "국민의힘이 올 때는 정당으로서, 국회 입법 기능 정당으로 오는 것인데 윤석열 씨는 개인으로 오고 아직 5‧18에 대해서 피상적 입장만 표했을 뿐 구체적 입장을 낸 적도 없다", "보통 정치 시작하는 사람들이 광주 방문이 제일 먼저라면서 시작하는데 윤 전 총장도 그 일환일 뿐"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짙어지는 윤석열의 보수색… 중도 확장은?
최근 윤 전 총장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역사 논쟁을 벌이며 때아닌 이념 논쟁, 건국 논란 이슈에 불을 붙였다. 장모 구속 등 악재가 잇달아 겹친 상황에서 이 지사를 상대로 이념 전선을 구축하는 등 출구 전략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이재명 지사는 지난 1일 경북 안동 이육사 문학관을 찾아 "대한민국이 다른나라 정부 수립 단계와는 달리 친일 청산을 못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서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며 "이육사 시인도 독립운동을 하다 옥사했다. 그 점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충분한 역사적 평가나 예우, 보상을 했는지 의문이고 나라를 다시 세운다는 생각으로 새로 출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윤 전 총장은 사흘이나 흐른 지난 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셀프 역사 왜곡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광복회장의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이란 황당무계한 망언을 집권세력의 차기 유력후보가 이어 받았다"고 비판하며 이 지사와의 전선을 구축했다.
윤 전 총장이 때아닌 건국 이념 논쟁을 소환한 것을 두고 그의 보수색이 점차 짙어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그동안 윤 전 총장은 보수와 진보, 탈진보, 중도를 아우르는 정치를 하겠다면서 국민의힘 입당에도 거리를 뒀는데 이제 그 명분도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히려 국민의힘의 중도층 외연 확장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이다.
다만 윤 전 총장이 보수색 짙은 행보를 통해, 적어도 전통 지지층을 안심시킬 수는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입당을 미루면서 '과연 윤 전 총장이 야권 후보로 남을 것인가'를 의심하는 기존 지지층에게 '나는 보수 후보다'라는 메시지는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국민의힘이 지지층을 넓히고 있으니 윤 전 총장은 일단 야권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