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예비경선 2차 TV토론회는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선두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집중 견제의 장이 됐다.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기본소득을 비롯해 영남 역차별, 여배우와의 스캔들까지 이 지사를 다방면으로 압박했다.
반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이 지사를 두둔하면서 이낙연 전 대표와는 날카롭게 각을 세우는 등 치열한 2등 전쟁을 예고했다.
계속되는 1등 때리기…'여배우 스캔들' 질문까지
지난 5일 JTBC와 MBN의 주관으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단일화로 인해 참석자만 1명 줄어들었을 뿐 이틀 전 열린 1차 토론회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됐다.박용진 의원은 "기본소득을 임기 내에 하겠다고 공약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느냐"며 공세를 시작했다.
박 의원은 26조원을 들이면 1인당 연 50만원의 기본소득을 당장이라도 지급할 수 있다는 이 지사의 페이스북 글을 가리키며 "연 25조원씩 4년이면 100조원의 돈을 문재인 정부가 허투루 쓰고 있다는 말씀이냐"고 비판에 나섰다.
이 지사가 친문 성향의 당내 지지층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점까지 활용한 공격인 셈이다.
박 의원은 이에 그치지 않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흉 볼 것이 없다. 윤 전 총장은 한 말이 없지, 한 말을 뒤집은 적은 없다"며 야권의 유력 대권 주자인 윤 전 총장까지 소환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미국 타임지에 수억원의 광고비를 썼고, 각지에 기본소득 국민본부가 출범했다"며 이 지사의 대표 공약이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기본소득을 공약한 적이 없다고 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국민과 당원에게 사과해주면 좋겠다"며 공약 폐기를 촉구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이 지사의 '영남 역차별' 발언을 두고 공격에 나섰다.
이 전 대표는 "수도권과 지방의 역차별이라는 해명은 원래 발언에 대한 진실한 해명이 아니다"라며 "영남 역차별은 발언한 문장 속에 수도권이 있지 않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정 전 총리는 이 지사의 도덕성 관련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배우 김부선씨와의 스캔들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정 전 총리는 "대통령의 덕목 중 도덕성은 매우 중요하다. 윤 전 총장도 친인척 비리로 도덕성을 상실한 것"이라며 "소위 '스캔들' 해명 요구에 회피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대선후보로서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제가 혹시 바지 한 번 더 내릴까요?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라며 대응에 나섰다.
가수 나훈아씨가 2008년 여배우와의 스캔들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던 중 "내가 직접 보여줘야겠느냐"며 테이블 위에서 바지를 벗으려 했던 사건을 활용한 것이다.
이에 정 전 총리는 "그거하고는 다른. 아니 이제 국민들이 납득을 하실 수 있도록 말씀을 해야 한다"며 잠시 당혹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재명 감싼 추미애…이낙연 맹공하며 2등 싸움
다른 후보들과 달리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중간 중간 이 지사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추 전 장관은 박 의원이 이 지사의 말 바꾸기를 지적한데 대해 "윤석열 대선 후보가 말을 뒤집었던 것에 대해서는 간과하시고 이 지사가 기본소득에 대해 말을 뒤집는다고 하시는 것은 과하다"며 "정책을 비판하며 뭐가 이렇다고 짚어주는 것은 모르겠으나, 윤석열을 가지고 와서 우리 후보를 비판하는 것은 원팀으로서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러한 추 전 장관의 발언들에 대해 "지원해주셔서 각별히 감사드린다", "추 전 장관께 지원을 많이 받았다"며 여러 차례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반면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3위로 올라선 추 전 장관은 2위를 달리고 있는 이 전 대표에 대해서는 날을 세웠다.
그는 총리 시절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반대의 뜻을 전했다는 이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혹시 당시에 대통령이 판단을 잘못했다고 여기셨느냐", "검찰개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는 않았느냐", "윤 전 총장이 검찰개혁에 저항한다고 의심을 안 해보셨느냐" 등의 추궁성 질문을 쏟아냈다.
이 전 대표가 "제가 국회에서 (윤 전 총장을 향해) 여러 번 경고했고, 과도한 수사라고 한 것도 기억하실 것"이라고 답했지만 추 전 장관은 "별로 기억이 나는 바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오히려 이 전 대표가 당의 후보를 내기로 결정했던 4·7재보궐 선거를 가리켜 "판단이 잘못됐던 선거 결과였다"고 거듭 비판을 이어갔다.
때문에 당내 일각에서는 다른 후보의 견제를 분산시키려는 이 지사와, 2위 주자가 되려는 추 전 장관이 연대해 다른 후보들이 구축하고 있는 이른바 반(反) 이재명 전선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재명 "황희" 최문순 "김정은" 박용진 "버핏"
이날 토론회에서는 공통질문인 '내가 대통령이 되면 꼭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가'에 대한 후보들의 답변도 눈길을 끌었다.
이 지사는 "좀 색다른 생각을 해봤다"며 "정책실장으로는 실사구시의 정약용 선생, 장영실 같은 분을 과기부 장관으로, 대동법을 만들었던 김육은 기재부 장관으로, 시간이 되면 황희정승을 총리로 써서 통합하고 싶다"고 답했다.
최 지사는 "김정은 위원장"이라며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할 때 문 대통령과 같이 갔었는데 예전에는 상상도 못한, 자연스럽게 일어나 와인 잔을 부딪치며 대화를 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나라도 부자로, 국민도 부자로 만들겠다는 국부 펀드가 꼭 성공해야 하니 워런 버핏 이런 분을 모셔오려고 한다"고 답했다.
추 전 장관은 "여기 계신 후보님들", 김두관 의원은 "염태영 수원시장, 신정훈·진성준·강병원 의원", 정 전 총리는 "이광재 후보",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정세균, 이낙연 후보", 이 전 대표는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빛내리 교수"라고 답했다.